복지부 '연명의료 결정법'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

오는 8월부터 말기 암 환자 외에 만성 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말기환자도 '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호스피스는 죽음이 가까운 환자가 육체적 고통을 덜 느끼고 심리·사회·종교적 도움을 통해 위안을 얻도록 전문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8월 4일 시행 예정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23일부터 5월 4일까지다.

이 법에 따른 호스피스 대상은 특정 질환을 가진 '말기 환자'다.

지금까지는 암관리법에 따라 암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완화의료만 규정돼 있었으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 암뿐만 아니라 에이즈,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다른 질환을 가진 경우도 대상에 포함된다.

'말기환자'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해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로 규정됐다.

이번에 입법예고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에는 '말기환자'에 대한 질환별 세부 진단기준이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협의해 기준을 마련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또 '연명의료'의 법적 개념과 요건을 최초로 설정했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단지 임종과정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해 사망이 임박한 상태로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의학적 판단을 받은 자'로 정의됐다.

복지부는 앞으로 가이드라인으로 세부 판단 기준을 배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이후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건강한 성인도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담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미리 등록기관에 등록해 둘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중 호스피스 관련 내용은 올해 8월부터, 연명 의료 관련 내용은 내년 2월부터 각각 시행된다.

앞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에서는 철저한 준비 없이는 '현대판 고려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윤영호 서울대의대 교수는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법 취지인데, 실제는 복잡한 절차와 규제에 치중해 의료진이 방어적인 의료 행위를 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순간은 대부분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족을 통해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많은 사람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미리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분명히 밝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병원에서는 입원하거나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이를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의 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을 통해 의료현장의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지부는 2016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공포된 후 정부와 의료계, 법조계, 종교계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모여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만들었으며, 입법예고 기간에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정안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의견이 있는 단체나 개인은 5월 4일까지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호스피스 관련), 생명윤리정책과(연명의료 관련)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mi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