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대를 잇는 중소기업 기업가정신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장기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은 투자를 회피하고 가계는 불안한 미래를 대비해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국 우선의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이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 또한 커지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인 한국은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면 기술력이 뛰어난 신제품과 서비스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더욱 요구된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가진 창업으로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일자리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기업가정신이란 기업의 본질인 이윤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춰야 할 정신을 말한다. 기업가정신은 현장에 부딪쳐보는 실행력,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나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열정과 진정성, 불확실성과 위험을 이겨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도전 정신과 역경을 극복하려는 정신을 필요로 한다.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비즈 스톤은 기업가정신을 ‘스스로 기회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창업한 기업을 하루빨리 프리미엄을 붙여 처분해 한몫 톡톡히 챙기려고 하는, 기업가정신이 결여된 창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꽤 있다. 수많은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을 이룬 기업의 최종목표가 그저 손쉽게 돈을 회수하고 그 회수한 돈으로 평생을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정신을 지녔다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은 세대를 이어서 성공하는 기업을 유지해 가는 것이다.

한국은 기업의 평균 수명이 약 30년 정도이고 100년 이상 기업은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일본은 100년 이상 기업이 수만 개이고 200년 이상 기업이 수천 개를 헤아린다. 1668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과학기술 선도기업 독일 머크사가 꾸준히 성장한 비결은 기업가정신의 대물림이라고 한다. 기업가정신은 이처럼 기업의 지속적인 유지와 성장 과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기업가정신 하면 흔히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연상한다. 우리는 기업가정신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하는 실리콘밸리의 특성을 알 필요가 있다. 실리콘 밸리는 기술이 있는 사람들 누구든지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왜냐하면 버클리와 스탠퍼드 등 주변 우수 대학들 및 연구소와의 협력이 용이하고 법률, 회계 등 각종 분야의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어 기업가정신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그야말로 기업 생태계가 갖춰진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와 같은 기업 생태계를 갖춘 지역을 조성했으면 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도 기업가정신이 점차 확산되고 있고 사회적 분위기 또한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을 장려하려는 노력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한국중소기업학회가 중소기업청, ICSB코리아 등과 공동으로 지난 4월 개최한 ‘2016년 기업가정신과 중소기업 월드 콘퍼런스’가 그 예다.

중소벤처기업들과 청년기업가들이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장을 제공한 이런 행사가 더 자주 열리기를 바란다. 한국에서도 업력이 100년을 넘는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정신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더 많이 나타나 경제발전에 큰 힘이 돼 주기를 기대한다.

박광태 < 고려대 교수·경영학 / 한국중소기업학회장 ktpark@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