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말리부 계약물량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식변경차를 내놓기로 하면서 기존 계약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쉐보레의 잘못된 수요 예측, '말리부 언제 받나'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지엠이 말리부 연식변경차를 준비하면서 기존 출고 대기자들에게 안내서를 발송했다. 지난 1일 데일 설리반 한국지엠 판매 및 A/S·마케팅부문 부사장의 이름으로 보낸 편지에는 말리부 대기자들에게 2017년형 차로 계약변경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연식변경에 따른 상품성 강화로 가격이 바뀔 수 있으며, 차후 수정된 계약을 기준으로 인수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2017년형 말리부는 트림별로 워셔 레벨링 시스템, 브링고 내비게이션 앱, 레드 터보 배지, 뒷좌석 열선시트 등의 품목을 추가한다. 이에 따라 2,310만~3,180만 원이던 판매가격을 트림별로 70만~200만 원 인상할 예정이다. 따라서 대기자가 연식변경차로 바꿀 경우 3년 소모품 무상교환권을 지급한다는 게 회사측 방침이다. 한국지엠은 추석 연휴 이후까지 기존 계약자를 대상으로 연식변경 모집을 받은 뒤 22일 전후로 정확한 가격과 대기순위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쉐보레의 잘못된 수요 예측, '말리부 언제 받나'

다수의 영업지점은 이에 따라 8월 마지막 주부터 말리부 계약을 받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색상 변경과 휴가, 노조 파업 등의 이후로 말리부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는 설명을 전했다. 그러나 논란은 이 과정에서 9월초까지 2017년형 말리부 출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연식변경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퍼졌으나 회사가 아무 고지없이 2016년형 계약을 계속 받은 것. 말리부 예약 대기자는 8,000여 명으로 추산한다.

2개월째 말리부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는 A씨(30, 경북 구미)는 "기존 계약물량을 다 처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연식변경차를 내놓는다는 건 수개월동안 기다려 온 수천 명의 고객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번 공지도 편의품목을 추가했다지만 가격이 오른 차를 택하지 않으면 출고가 언제 될 지 모른다는 '엄포'로 느껴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영업일선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출고 지연으로 가뜩이나 소비자 불만이 쇄도하는 상황에서 연식 변경에 대한 비난을 고스란히 받고 있어서다.


한 영업점 관계자는 "여러 사정이 있었다지만 기본적으로 본사의 수요 예측이 잘못된 게 가장 큰 원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4월 신형 말리부를 공개하고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출고를 시작한 5월 3,340대를 시작으로 6월 6,310대까지 판매가 치솟았다. 7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돼 내수시장이 어려웠음에도 4,618대를 인도하며 월간 기준 가솔린 세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8월 판매는 2,777대로 급감했지만 수요 감소보다 공급 부족에 따른 출고 지연이 주 원인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4분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연식변경차 출시를 늦추기 어려웠다"며 "2016년형 계약물량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 제품을 내놓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7년형 말리부의 가격이 올랐지만 1~2%대로 인상폭을 최대한 억제했다"며 "오랜 기간 말리부를 기다린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한편 최대한 출고가 빨리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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