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눈물 흘리며 운구 행렬 배웅…"한국 포함 17개국 조문단 참석"

중앙아시아 국가 우즈베키스탄에서 3일(현지시간)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지난달 27일 뇌출혈로 쓰러져 수도 타슈켄트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카리모프 대통령은 2일 78세로 별세했다.

우즈벡 정부는 3일 간의 국장을 선포하고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는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총리를 장례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우즈벡 정부 공보실은 17개국 조문단이 카리모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의 대통령과 벨라루스·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의 총리, 중국·한국 등의 부총리가 조문을 위해 우즈벡에 왔다고 공보실은 전했다.

러시아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참석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조문단장으로 현지에 왔다.

카리모프 대통령의 독재를 비판해온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을 통해 "카리모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 우즈벡 국민에 대한 지지를 확인한다"는 짤막한 성명만 발표했다.

카리모프의 시신은 이날 오전 특별기에 실려 타슈켄트에서 고향인 동부 도시 사마르칸트로 이송됐다.

운구 차량 행렬이 지나는 타슈켄트 도로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주민 수천 명이 나와 흰색 천과 우즈벡 국기로 덮인 대통령의 관을 향해 꽃을 던지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많은 사람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 주민은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이슬람 아브두가니예비치(카리모프 대통령)는 나라를 위해 아주 많은 일을 했다.

우리의 첫 대통령인 그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마르칸트에서도 수천 명이 운구 행렬을 맞았다.

영결식은 사마르칸트 시내 중세 유적지 레기스탄 광장의 이슬람 교육시설(메드레세) 틸랴카리 근처에서 이슬람식으로 치러졌다.

무프티(이슬람 성직자)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한 뒤 친척과 지인들이 대형 천에 싸인 고인의 시신을 약 2km 떨어진 샤히-진다 묘지로 운구했다.

우즈벡의 역사적 영웅들이 잠든 이 묘지에는 카리모프의 두 형제와 어머니도 영면하고 있다.

카리모프의 시신은 가족 옆에 안장됐다.

최근 20년 동안 이 묘지에는 아무도 묻히지 못했지만 카리모프에겐 예외가 인정됐다.

독립 우즈베키스탄을 4반세기 동안 철권 통치해온 지도자는 이렇게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카리모프는 1990년 소련 내 우즈벡 공화국 대통령에 올라 소련 붕괴 후인 1991년 12월 직선제로 치른 대선에서 독립 우즈베키스탄의 초대 대통령에 선출된 뒤 25년 이상 권좌를 지켜왔다.

야권 인사와 언론인을 탄압하거나 투옥하고 야당의 정치활동을 사실상 차단하는 등 독재를 일삼아 왔다는 서방의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자국 내에선 느리지만 꾸준한 경제 성장과 사회·정치 안정 등으로 높은 지지를 얻어 네 차례의 대선에서 80~90%대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되는 통치술을 과시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