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북에 올해만 10차례 지진…원전만 20기 산재

5일 오후 8시 33분께 울산 동구 동쪽 52㎞ 해상에서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다섯 번째로 큰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전국에서 지진동이 감지됐다.

재산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상당수 시민이 지진 충격에 놀라 건물 밖으로 대피하거나 불안에 떨었다.

특히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과 원전 20기가 밀집한 부산, 울산, 경북 지역 주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경북에는 경주에 방폐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월성원전 6기가 가동 중이고, 울진군에도 한울원전 6기가 들어서 있다.

부산과 울산에 걸쳐 있는 고리원자력본부에는 부산 쪽에 6기가 가동 중이고 울산 쪽에 2기가 시운전을 하고 있으며 2기가 추가로 건설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들 지역에 올해만 지진이 10차례나 있었다.

1월 6일 경북 김천시 남쪽 14㎞ 지점에서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6월 15일까지 규모 2.1∼3.3의 지진이 내륙과 해안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5일에는 울산 동구 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5.0이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1시간쯤 뒤 육지로 10㎞가량 가까워진 해역에서 규모 2.6의 여진이 발생했다.

지진 규모가 훨씬 커진 것이다.

경북 울진에서는 2004년 5월 29일에도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역대 2위인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월성원전 근처에 사는 이상우(50)씨는 "어제 갑자기 방바닥이 꺼지는 듯한 지진을 경험하고 나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재난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부가 나서서 동해안에 밀집한 원전에 대한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지진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혜령 영덕핵발전소 반대 범군민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경주 등 동해안에 대형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면서 "국내 원전이 규모 6.5 이상 내진 설계가 돼 있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지진이 나면 어떨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면서 "아수라장이 되고 난 뒤에는 후회해도 늦다"고 강조했다.

울산 울주군 온양읍에 사는 김모(63)씨는 "지진을 느끼는 순간 원전 걱정부터 했다"면서 "그동안 지진피해를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무섭다"고 토로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조창국씨는 "정부는 원전이 안전하다고만 하는데 제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인근 주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리원전 근처에 사는 이모(42)씨는 "지진으로 집이 흔들린 직후 창문을 열고 원전 쪽을 바라봤다"면서 "이제 불안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서 계속 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민영규 임상현 허광무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