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 "브렉시트 땐 증세·복지삭감 '비상 예산' 편성"
탈퇴파 여당 의원 57명 "터무니없다…투표서 거부"


오는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반 진영이 증세와 복지삭감을 담은 '비상 예산'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EU 탈퇴 결과시 세금을 올리고 복지를 축소한 '비상 예산'을 내놓겠다고 하자 EU 탈퇴 진영은 여론이 브렉시트 찬성 쪽으로 기울자 꺼내든 '겁박'이라며 거부 의지를 천명하면서 맞섰다.

오 스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EU 탈퇴시 장기적으로 300억파운드(약 50조원)의 재정 구멍이 발생할 것이라는 독립적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의 수치를 언급하고, 이는 소득세에서 기본 세율을 1파운드당 2펜스, 고율은 3펜스와 5펜스 올리고 상속세율을 40%로 올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주류세와 연료세도 5%포인트 인상해야 하고, 재정지출 측면에서도 국민건강서비스(NHS), 교육, 국방 예산 등을 2% 삭감하는 동시에 연금과 치안 및 교통 예산도 줄여야 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IFS는 그동안 재무부가 제시한 각종 재정 관련 전망치들이 낙관적이라는 분석 자료들을 내놓아 야권에서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지적할 때 근거들로 주로 제시됐다.

오스본 장관은 "재무장관으로서 재정 안정을 책임져야 한다.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을 해야 하는 비상 예산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탈퇴 진영이 믿고 싶은 것처럼 EU 탈퇴는 재정 지출에서 여유를 확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수십억파운드가 더 적어진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국민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표현한다면 '스스로 부과한 긴축'이다"고 강조했다.

오스본 장관이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주장을 향해 "경제적 문맹"이라고 비난해온 것을 고려하면 브렉시트 찬성 결과로 귀결된 이후 그가 장관직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실제로 집권 보수당 의원 57명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비상 예산'을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의원은 "그가 '비상 예산'을 추진한다면 장관직을 지키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공동성명에 참여한 스티브 베이커 의원은 "재무장관이 모든 보수당 의원이 당선될 때 약속했던 핵심 공약들을 깨려고 위협하는데 충격을 받았다"면서 NHS 예산 삭감이나 근로자들에 대한 여하한 증세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퇴파인 크리스 그레일링 보수당 원내대표도 이날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잔류 진영이 여론조사들에서 고전하는 때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서 열세에 몰린 잔류 진영이 막판 '겁박'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탈퇴파는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더라도 영국 경제가 위축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그레일링 의원은 "영국은 유럽 최대 소비자들이다.

프랑스의 농민들과 독일 자동차업체 종업원들 등 자신의 일자리를 영국 소비자들에게 의존하는 이들이 많다.

최대 소비자들과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생각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이날 의회에서 한 '총리와의 질의응답'에서 오스본 장관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캐머런 총리는 "누구도 비상 예산을 원치 않으며 누구도 복지 지출 삭감과 증세를 원치 않는다"며 "하지만 예산을 통해 재정 위기에 대처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유일한 건 그것(재정 위기)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 위기를 무시한다면 경제가 소용돌이에 빠지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 는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득보다는 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의 견해지만 브렉시트에 따른 파급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당장 비상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이코노미스트들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