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와인 통신판매 막을 이유 없다
최근 허용된 와인 배달이 마치 와인의 택배 전면 허용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세법에 따르면 와인은 통신판매 및 배달 금지 품목인데 매장에서 구매한 경우 집까지 택배로 배달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민속주 농민주 등 전통주에 한해 우체국 농수산물유통공사 및 전통주 제조사 홈페이지를 통해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고, 그 밖의 주류에 대해서는 국세청 고시로 통신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주류 판매를 위해서는 반드시 별도 매장을 개설해야 한다.

과다한 음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청소년의 주류 구입을 차단하기 위한 통신판매 규제의 도입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수천 수만 가지나 되는 다양한 수입와인을 고르기 위해서는 많지 않은 전문와인매장이나 백화점을 찾아가야만 하는 불편이 뒤따르고 있다. 이는 수입상→도매상→소매상의 유통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어 최종 소비자 가격이 높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와인은 식사와 함께 소량 음용하는 도수가 낮은(10~14도) 주류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주 위스키처럼 과다 음용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 상대적으로 고가여서 청소년이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통신판매를 허용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통신판매를 통한 청소년의 와인 구입 문제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땐 거래 기록이 남게 되는 데다 배송 시 성인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미성년자의 구입을 더 확실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와인의 통신판매를 허용하면 온라인에서 불법 무자료 와인이 유통돼 탈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규정상 통신판매는 관할 세무서장 승인사항으로 (수입)판매면허 소지자에게만 통신판매가 허용되므로 통신판매 업체에 대한 관리·통제가 오히려 쉬운 상황이다.

또 국세청은 수입와인의 통신판매를 허용하면 형평성 차원에서 모든 수입 주류에 대한 통신판매를 허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류에 대한 통신판매 허용 여부는 제품의 다양성, 접근성 등을 고려한 소비자 편익, 가격 인하로 인한 소비자 후생 증대효과 등 개별 주류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와인은 제품의 다양성, 소비자 편익 및 후생 측면에서 통신판매 허용에 따른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주류는 음식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융성기에 맞춰 와인의 통신판매를 허용해 우리 전통주산업과 경쟁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전통주도 그렇게 할 때에야 비로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쟁 없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은 많은 산업 부문에서 경험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소득 증대, 서구 음식문화 확산 및 건강 염려 등으로 인해 수입와인을 찾는 소비층은 계속 늘고 있다. 그런데도 수입와인의 통신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 후생보다 국내 주류 사업자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를 위한다기보다 주류 사업자 이익을 보호하는 이 같은 규제는 결국 전통주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할 뿐더러 소비자 후생도 떨어뜨리는 질 낮은 규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진국 < 배재대 교수·컨슈머워치 공동대표 jgkim9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