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국민연금 글로벌 경쟁 승리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 갖춰야"
국민연금공단이 2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국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윌리엄 콘웨이 칼라일그룹 회장, 마이클 삭스 그로스너캐피털 회장, 윌리엄 페리 UBS애셋매니지먼트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섰고 국내외 금융회사 임원 등 320여명이 참석했다. 환영사를 맡은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의 운용역량 강화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중요한 과제로, 특히 대체투자는 뉴노멀 시대의 핵심 분야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운용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문인력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유망 대체투자 기회’, ‘지금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를 각각 주제로 한 슈워츠먼 회장과 콘웨이 회장의 발표가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사진)은 “연기금이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대체투자를 성공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비결에 대한 대답이었다.

슈워츠먼 회장은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8주 내에 거래를 모두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펀드 투자자들의 내부 결재를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오랜 시간을 끌다 최종 단계에서 투자를 포기하는 투자자가 가장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블랙스톤의 운용자금은 3300억달러(약 377조원). 세계 최대 사모펀드의 창업주가 아시아 지역 핵심 고객인 한국 연기금들에 보낸 진심 어린 충고(신진영 연세대 교수)다.

슈워츠먼 회장은 향후 유망 부동산 지역으로 유럽과 미국을 꼽았다. 그는 “은행에 대한 (자본건전성)규제로 사모펀드들엔 부동산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가 생기는 데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지역에서는 값싼 부동산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지역 부동산에 대해서는 “좋은 자산을 잘 골라 투자해야 한다”며 “중국의 쇼핑센터, 배송 및 물류시설 등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경제 규모가 커지는 데 따르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는 “중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가 소비 주도로 바뀌고 있다”며 “지역과 투자 대상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최고의 인재를 고용한 후 남들을 따라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요약했다. 급락장이 최고의 투자 기회라는 얘기다. 그는 “결혼 당시 전 재산 1400달러를 아내의 다이아몬드 반지에 모두 투자했다”며 “가난을 겪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원금은 반드시 보호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의 투자 성과를 보면 대체투자 수익률이 주식 투자를 평균 5~10% 웃돌았다”며 앞으로 연기금들의 대체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