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세상 모든 것에는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 누구든 무엇이든 영원할 수 없기에 화양연화는 가장 값진 기억, 가장 그리운 시절로 빛납니다. '신세원의 화양연화'는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쓸려 사라지고 잊혀지는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의 '화양연화'를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신세원의 화양연화 2편] 굴뚝은 유구한데‥부자는 간데없다
영상=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영상=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동네목욕탕을 운영한 지 어느덧 30년.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포함하면 70여 년.

문화재감이라는 저 굴뚝이 지나간 세월을 말해준다.

아궁이에서 아버지와 같이 땀 흘리며 태웠던 장작부터, 굴뚝 벽면 거뭇한 흔적을 남긴 연탄, 최근까지 사용했던 석유까지.

"참...옛날 생각 많이 난다."

물 낭비하면 ‘물장구’라고 따끔하게 혼냈던 동네 사람들.

이태리타월 한 장을 수건처럼 빨아 돌려가며 썼던 기억. 때 밀려면 보름 전에 예약 티켓을 받아야 했던 그 때. 작대기에 타월하나 꽂아 쓰면 몸 어느 곳이든 닦을 수 있었는데.

목욕탕 한 번 오면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복덕방처럼 북적이던 사람들 모습.

크고 멋진 수영장보다 신나게 놀던 아이들. "시끄럽다", "조용히 해" 호통 쳐도 킥킥거리며 더 신나게 놀던 그 놈들.

때밀이를 씩씩하게 마친 아들에게 아빠가 주던 상, 바나나우유. 손, 발톱 깎으며 도란도란 계란 까먹던 아빠와 아들.

주마등처럼 흐르는 기억. 텅 빈 목욕탕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속이 텅 빈 듯한 공허함은 무엇 때문일까? 드라마 촬영지로 변한 목욕탕, 게스트하우스로 바뀐 지금.

"고치지 말고 놔뒀어야 했나?“

사람 냄새 나던 그 때가 그립다. 바나나우유에 행복하던 사람들이.

삼청동에 하나 밖에 없는 목욕탕인 코리아목욕탕은 '코리아게스트하우스' 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목욕탕의 굴뚝을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목욕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의 목욕탕은 2010년 8446개, 2011년 8252개, 2012년 8033개, 2013년 7818개, 2014년 7649개 등으로 점점 줄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목욕탕 대다수는 규모가 영세한 동네목욕탕으로 추정됩니다. 찜질방 등 대형 업소가 늘어나고, 전반적 경기 불황에 기름값 등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입니다.

그 시절,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 이 기사는 부친의 뒤를 이어 30년 넘게 코리아목욕탕을 운영하다가, 최근 게스트하우스로 전업한 장미수(61)씨의 실제 추억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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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연구=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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