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역량 강화 위해 필요" vs 동문·재학생 "정체성 훼손하는 행위"

숙명여대가 남학생에게 일반대학원 입학을 허용하기로 학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학교 측은 연구 역량 강화와 대학원 평가 대비 등을 이유로 문호 개방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동문과 재학생들은 대학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21일 열린 제5차 대학 평의원회에서 일반대학원에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는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 개정안에 대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학칙 개정안이 학내 의사결정을 위한 최종 심의 기구인 평의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제 법인 이사회 문턱만 넘으면 숙대 일반대학원의 문호는 남학생에게도 개방된다.

현재 서울 지역 6개 여대 가운데 이화여대와 숙대를 제외한 4개 여대의 일반대학원은 이미 남학생을 받고 있다.

숙대 측은 당장 2016년도 1학기 일반대학원 입시부터 남학생을 모집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뿐 아니라 각 대학의 대학원 지원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등 대학원의 연구역량이 날로 약화돼 학부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남학생에 문호를 개방해 연구역량 강화와 시너지를 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오래전부터 대학원에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자는 논의는 있었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었다"며 "그러나 학내에서 대학발전을 위해 꼭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목소리도 높았다"고 덧붙였다.

숙대 측은 최근 교수들을 상대로 한 여론수렴 과정에서 90%가 남학생의 대학원 입학 허용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동문회와 재학생 다수는 이런 학교 측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숙대 총동문회는 결의문을 내고 "일반대학원 남녀공학 전환은 109년 숙명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창학 이념과 교육 이념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남녀공학 전환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학생들도 이날 오후 대학 측이 마련한 설명회장에서 "학교가 구성원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관련 학칙 개정을 몰아붙이고 있다"며 "학교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를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총장실 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교내에서 동문·재학생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학칙 개정을 막으려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숙대 관계자는 "학교가 학칙 개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순 없고, 재학생과 동문 등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어 지혜롭게 풀어나갈 것"이라며 "교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학교 발전을 위해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