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국내기업-외국계은행 '환율조작 소송전'…대륙아주, 대리권 '싹쓸이'
글로벌 대형은행의 런던 외환시장 환율 조작에 대해 국내 기업이 제기하는 민사소송이 대기업만 5곳 이상이 참여하는 초대형 소송 양상을 띨 전망이다. 국내 로펌 가운데서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소송 대리권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본지 6월17일자 A3면 참조

한국경제신문이 23일 확인한 결과 대기업 5곳 이상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글로벌 대형은행을 상대로 영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이들은 수임료 등 사건 진행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소송 대리인이 될 대륙아주와 조율하고 있다. 소송 참여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대기업까지 포함하면 10여곳에 이른다. 앞서 중소기업 8곳이 이번 사건의 소송인단으로 참여하기로 했으며 다른 기업들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확한 청구금액은 소송 중 감정을 통해 결정되는데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변호사는 “국내 대기업이 외국 기업을 상대로 이 정도 규모의 소송을 단체로 내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원고는 런던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를 거래한 한국 기업이고 소장을 접수하는 곳은 영국 법원이기 때문에 국내 로펌과 외국 로펌이 협력해 사건을 처리한다. 국내 로펌 가운데서는 대륙아주가 대리권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 반독점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미국계 로펌 하우스펠드(Hausfeld)가 영국 현지에서 소송을 대리하는데 이 로펌은 약 20년 전부터 대륙아주와 꾸준히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두 로펌은 1997년 동남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태국 바트화 폭락과 연관된 여러 소송을 함께 처리했고 최근에는 우리은행이 파생상품과 관련해 씨티은행을 상대로 미국에서 낸 소송을 함께 대리하고 있다. 하우스펠트는 대륙아주가 외환거래 소송에서 전문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번에도 대륙아주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기업이 이들과는 별도로 다른 로펌을 선정해 소송을 낼 가능성은 낮다.

대륙아주 등은 7월까지 소송인단을 모집한 뒤 9월께 영국 법원에 소장을 낼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김성묵 대륙아주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사진)가 소송을 지휘하며 로펌 소속 변호사 10여명이 투입된다. 김 변호사는 “피고 가운데 일부는 미국 법무부와 유럽 금융당국에서 이미 환율 담합 혐의가 입증됐기 때문에 민사 손배소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법무부와 영국 금융감독청 등은 BoA, 바클레이즈, 씨티그룹, JP모간,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UBS 등 6개 글로벌 대형은행이 영국에서 환율 담합을 한 사실을 적발해 총 100억달러가 넘는 벌금을 물렸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07~2013년 ‘카르텔’로 불리는 인터넷 채팅방을 개설해 암호화한 단어를 사용, 하루 두 차례 자신에 유리한 환율을 결정해 거래를 주고받았다. 이번 손배소의 피고는 이들 6개 대형은행뿐만 아니라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골드만삭스 도이치뱅크 BNP파리바 모건스탠리 HSBC 등까지 모두 11곳이 될 전망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