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자사고도 '빈익빈부익부'…강남·목동 강세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평생교육까지 교육은 '보편적 복지'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시교육청이 22일 자율형사립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부터 자사고로 운영해온 11개교 중 경문고·장훈고·미림여고·세화여고 4곳이 기준점수에 미달됐다. 이들 자사고는 청문과 교육부 동의 절차를 거쳐 지정취소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지정취소 위기를 맞은 4개교 중 세화여고를 제외한 경문고·장훈고·미림여고는 ‘비인기 자사고’로 분류돼 왔다. 일반전형 기준으로 최근 2년 연속 지원자가 정원보다 적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경문고 2014학년도 0.7대 1, 2015학년도 0.9대 1 △장훈고 2014~2015학년도 0.9대 1 △미림여고 2014학년도 0.5대 1, 2015학년도 0.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교육청은 자사고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생 충원·유치를 위한 노력’ 평가 항목에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항목은 학생충원율, 학생전출 및 중도이탈 비율,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노력 등이 포함된다.
<표>2015 자사고 평가 대상 학교 경쟁률(일반전형 기준) /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표>2015 자사고 평가 대상 학교 경쟁률(일반전형 기준) /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주목할 점은 이들 자사고의 위치다. 동작구(경문고) 영등포구(장훈고) 관악구(미림여고) 등에 분포돼 있다. 강남·서초·송파의 강남 3구나 목동이 있는 양천구 등 소위 ‘교육특구’에 비해 진학 실적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역들이다.

반면 기준점수 이상을 받아 평가를 통과한 7개교 중 양정고(양천구) 보인고(송파구) 휘문고 현대고(이상 강남구) 4곳은 교육특구에 위치해 대비됐다. 일반고뿐 아니라 자사고도 강남과 목동 위주로 쏠림현상을 보인 셈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들 지역은 교육특구에 비해 교육환경이 떨어진다. 일반고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고교가 없다”며 “(자사고 평가로) ‘우수 학교 자체가 만들어지기 힘든 곳’이란 결론이 나오면 지역 교육환경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평가에서 교육청이 지정취소한 자사고 역시 세화고(서초구)를 제외한 5개교가 종로구(중앙고) 서대문구(이대부고) 동대문구(경희고) 강동구(배재고) 구로구(우신고) 등에 분포됐다. 다만 작년 평가에서 교육청이 지정취소 결정을 내린 이들 6개교는 교육부의 직권 취소에 따라 일반고로 전환되지 않고 현재도 자사고로 운영 중이다.

그렇잖아도 명문대 진학 실적이 우수한 교육특구 소재 일반고가 오히려 여타 지역 자사고보다 평판이 좋다는 게 입시업계의 중론이다.

일반고와 자사고 구도로 시행된 평가가 자칫 ‘명문 학군 의존증’을 심화시킬 수 있어 우려되는 대목.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의 자사고 진학을 염두에 뒀던 학부모들이 자녀가 초등학생인 단계에서 교육특구 등 서울 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사고가 없어진다고 해서 그 지역 일반고가 업그레이드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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