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을 알아야 우리를 안다
대학생들이 해외 어학연수, 배낭여행, 해외대학 학점이수, 워킹 홀리데이 등으로 대학 재학 중 외국에 나가는 기간이 점점 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 학생은 영국에서 1년간 공부하고 와서 지금 4학년에 다니고 있고, 한 학생은 현재 스웨덴에서, 한 학생은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고 온 제자도 있고, 캐나다에 머물며 공부하고 온 제자도 있다. 해외에 나갔다 오는 학생의 80~90%가 영어권에서 한 해 정도 머물며 학점도 따고 여행도 하고 오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에게 영어권 여행이나 체류는 다반사지만 중국 여행을 하고 왔다거나 그곳에서 교환학생으로 학점을 받아온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여행할 가치를 못 느껴서일까. 그러나 이제야말로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언론의 주장은 이미 새롭지 않다. 조정래 작가도 그의 소설 정글 만리의 서문에서 “중국이 강대해지는 것은 21세기의 전 지구적인 문제인 동시에 수천 년 동안 국경을 맞대온 우리 한반도와 직결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도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은 나라다. 우리는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략은 물리쳤지만 몽고의 침략은 물리치지 못했다. 임진왜란 때 명의 원군, 병자호란과 강화도의 굴욕, 이 땅에서 일어난 청일전쟁, 상하이 임시정부가 충칭까지 쫓겨간 고난의 길, 6·25전쟁 때 중공군의 인해전술, 동북3성에 살던 조선족의 한국 진출, 수만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 수, 서울과 부산의 중국인 관광객 수, 제주도에 몰려드는 중국 자본…. 지금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중국을 외면할 수 없다. 거대해진 공룡인 중국과의 외교에서 우리는 앞으로 더더욱 실리를 취해야 하는데 과연 어떤 대응책이 있는가.

중국과 한국과 일본은 한자문화권과 불교문화권 안에 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섬나라 일본과 중국대륙 사이에 끼어 있는 반도국가로서 아주 영리한 외교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해 왔다. 신라 1000년, 고려 500년, 조선 500년 동안 중국에 예속되지 않고 국호를 유지한 것은 가히 기적적인 일이었다.

자신을 지키려면 상대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가 중국을 바로 알 때,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력도 키울 수 있다. 중국은 남한 면적의 100배 영토요 인구는 15억명쯤 되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국가다. 중국을 알아야 세계 속에서의 우리를 바로 알 수 있다.

이승하 <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