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 아태 지역 투입할 것"…'아태 재균형' 의지 천명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9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비를 증강할 의지를 분명히 밝혀 주목된다.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를 위해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한 카터 장관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강자로 떠오르는 중국에 선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터 장관은 이날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전용기로 도착한 직후 주한미군 장병과 가진 '타운홀 미팅' 형식의 만남에서 "미국이 지금 투자하고 있는 많은 새로운 군사력이 이곳 전구(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폭격기, 새로운 함정 등을 만들고 있고 이 지역에 투입할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최신예 무기를 집중적으로 배치할 것을 예고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첨단무기로 뒷받침할 의지를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의 발언은 첨단 미사일방어시스템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첨예한 논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카터 장관이 첨단무기의 아시아태평양 배치 의지를 밝힌 연장선에서 이번 방한 기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공식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가 10일 열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카터 장관 간의 회담에서 공식 의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한 의견 교환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카터 장관은 일본 방문 직전인 지난 7일 애리조나 주립대 연설에서도 미국의 신형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 개발을 거론하며 첨단무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지킬 뜻을 밝힌 바 있다.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카터 장관 발언의 주된 표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번 한일 양국 순방도 중국에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해 대중 군사적 '포위'를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카터 장관의 발언은 최근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국력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2011년 재균형 전략을 선언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여왔지만 이란 핵협상 타결로 중동 문제의 가닥을 잡고나면 그 흐름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 장관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비 증강을 역설한 것은 북한에도 위협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카터 장관의 발언은 첨단무기로 주한미군 전력을 증강해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