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일시상환형 변동금리 가계대출을 분할상환형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또다시 포함시켰다. 가계빚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다. 원금상환 없이 변동금리로 이자만 내온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234조원 가운데 내년 만기가 되는 것이 40조원이다. 이 중 절반인 20조원을 우선 고정금리 분할상환으로 바꾼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목표다. 위험수위에 이른 가계빚의 체질을 바꿔보자는 의도라고 한다.

가계대출의 72.6%가 변동금리다. 이자상승기에 접어들면 가계빚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금융위는 2011년부터 고정금리를 권장해 2010년 5.1%였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올 6월엔 25.7%(잔액기준)로 높아졌다. 올초엔 이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수치목표까지 제시했다. 금리가 언제 얼마나 오를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금융위의 금리전략이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정책도 앞뒤가 맞아야 신뢰를 얻는 법이다. 금융위가 비싼 고정금리를 줄기차게 밀어붙인 지난 3년 동안 유감스럽게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3.25%에서 2.0%로 내려갔다. 은행 대출금리도 연 5%대에서 지금은 3%대 초반이다. 아무리 금리를 인하해도 고정금리 대출자에겐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한은이 금리를 내릴 때 “정부 말만 믿다가 낭패봤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던 게 불과 넉 달 전이다. 게다가 국책연구기관인 KDI나 국회 입법조사처까지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를 종용하는 마당이다.

고정금리든, 변동금리든, 혼합형이든 각기 장단점이 있다. 개개인의 대출기간, 조건, 자금 스케줄에 따라 소비자 선호는 천차만별이다. 대출창구에서 각각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소비자가 선택하면 그만인 문제다. 금융당국이 목표까지 정해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강권하고, 개인의 이자 선택에까지 개입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며 빚을 더 쓰라고 권하면서 가계부채 총량은 이미 고삐가 풀려 있다. 대출구조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