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이 큰 기대와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의료 개혁, 추가 회동, 민생 정치 등 몇 가지 점에서 공감하고 인식을 공유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적잖은 간극도 확인됐다. “정책적 차이가 있었다”는 대통령실과 “국정 기조 전환 의지가 없어 보였다”는 민주당 브리핑에서 잘 드러난다.

대화 정치 복원 가능성을 확인한 점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급박한 현안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야당의 입법 폭주와 대통령 거부권이 맞서는 비정상 해소라는 높은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컸다. 의료 개혁과 관련해 양측이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 그친 점도 아쉽다. 이 대표는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의료 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자신들의 기존 안(공론화 특위)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핑퐁을 친 점도 걱정스럽다. 이 대표는 정부가 국회에 방향을 달라고 요청했고 대통령은 “이미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했다”며 결정을 국회로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양측 모두 민생회담을 부르짖었지만 이 대표의 ‘모든 국민에게 25만원 지원’과 윤 대통령의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나마 각론에서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작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특검법·특별법 등 정치적 셈법을 앞세운 입법에 대한 견해차는 여전했다. 이 대표는 채상병·영부인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수용을 압박했지만 대통령은 난색을 보였다. 자칫 ‘세월호’처럼 끝없는 정쟁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입법을 막기 위한 지혜 모으기가 절실하다.

영수회담은 끝났지만 진짜 과제는 지금부터다. 더 자주 만나 간극을 메우고 국민의 기대를 채워 나가야 한다. 물가 안정, 의정 갈등, 연금 개혁 같은 굵직한 의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 민주당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이 대표가 다수 의석을 앞세워 힘자랑을 재개한다면 어렵게 만든 대화 분위기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총선 민심이 국정 운영 기조 전환인 것은 분명하지만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면허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이번 차담회를 계기로 야당·국민과 더욱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노동 연금 교육 등 지지부진한 개혁을 성사시켜야 한다. 협치를 가장한 정치적 셈법을 탈피해 미래 지속 가능한 국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