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반대 등 고려…내년 설치 여부는 김포시와 협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논란이 된 김포 애기봉 성탄 트리 설치를 올해 철회한다고 18일 밝혔다.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과 홍재철 한기총 애기봉 등탑건립추진위원장은 이날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을 고려해 애기봉 성탄 트리를 설치하거나 점등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한기총은 애기봉 성탄 트리 설치를 순수하게 평화와 사랑을 위한 기독교의 행사로서 이해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한국 교회는 한마음으로 평화의 탑을 재건해 참된 평화가 이 땅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순수한 의도와 동기에도 '애기봉 성탄 트리'가 남북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내부로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일으킨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됐고 일부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단체들의 강한 반발로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게 됐다"라며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내년에 애기봉 성탄 트리 설치를 다시 추진할 것인지 대해서는 "해당 지역에 평화공원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김포시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할 수 있다면 북한과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총은 애기봉 성탄 트리 설치 철회는 자체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정부와는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10월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의 애기봉 전망대에 세운 높이 18m의 등탑을 철거했다.

이후 한기총은 철거 자리에 성탄 트리 설치를 요청했고 이에 국방부는 지난 2일 종교활동 보장 차원에서 임시 성탄 트리 설치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한기총은 오는 23일 성탄 트리 점등식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포시는 트리와 등탑 등 시설물 설치를 재고해 줄 것을 한기총에 요청했으며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트리 설치를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됐다.

북한과 3km 떨어진 애기봉 등탑은 철거 전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점등 논란을 빚었다.

북한은 등탑이 대북 선전시설물이라고 주장하며 철거를 요구해왔고 2010년에는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