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대부분 참여 꺼려…집결 지침에도 3000명만 모여
45세 이상 노조원 안정 원해…"4시간 파업으로 신뢰 깨졌다"
使측 "손실 커…즉각 중단을"
노조는 이날 낮 12시30분 울산 본사 노조사무실 앞 광장에서 부분 파업 출정식을 알리는 사이렌을 울렸다. 노조원들은 붉은 색 머리띠를 두르고 올해 임단협의 핵심 요구 사항을 담은 10여개의 만장을 앞세워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어 오후 1시부터 노조는 중공업 내 광장~일산문~정문을 돌아오는 1.8㎞ 구간을 행진하며 ‘기본금 중심 임금 인상하라’ ‘통상임금 확대 적용하라’ 등을 외치며 노조원들의 파업 참여를 유도했다.
노조는 이날 4시간 부분 파업을 위해 특수선 사업부 종사자 2000여명을 뺀 1만6000여명 노조원에게 조업을 전면 중단하고 파업에 참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노조원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날 부분 파업 실제 참가자는 전체 노조원의 20%에 미치지 못하는 3000여명이었다.
다수의 노조원들은 20년 만에 처음 보는 노조의 파업 행진을 낯설어하거나 어색해하며 파업 대열에 참여하지 않았다. 조합원 최모씨(55)는 “현대중공업에서 파업하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다. 이젠 나이가 들고 하니까 그런 일에 참여하기가 정말 쑥스럽다”고 했다. 퇴직을 2년 앞둔 노조원 곽모씨는 “2만여 노사가 지켜온 노사 상생을 4시간 파업 한 번으로 깨버렸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러다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노사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조기 타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동조합을 설립한 1987년에 56일, 이듬해 128일 총파업, 1990년에는 골리앗 크레인 농성 투쟁을 벌이는 등 현대차 노조와 함께 국내 노동계의 양대 축을 이루는 사업장이었다. 그러나 회사 측이 파업에 ‘무노동 무임금’ 등 원칙 대응하면서 노조 조직력이 약해지고, 합리적 노선의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무파업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강성으로 분류되는 정병모 노조위원장이 당선되면서 회사의 협력적 노사관계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해 올해 임단협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올 임단협에서 ‘임금 13만2013원 인상, 성과금 250%+추가’ 등을 요구했고, 사측은 이달 5일 제시한 최종안(기본급 3만7000원 인상, 격려금 100%(회사 주식으로 지급)+300만원 지급)에서 더 이상의 양보는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조선 경기가 좋지 않아 올해 매 분기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내는 등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20년 만에 첫 강행한 파업의 강도가 약해진 것은 평균 연령이 45세를 넘는 현대중공업 근로자 대부분이 여전히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지역 사업장(특수선사업부 제외)이 임금·단체협상 관련 부분 파업으로 인해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생산이 중단되는 사업장의 매출은 24조2827억원이며 이는 현대중공업의 최근 매출 대비 44.81%에 해당한다. 노조원 전체가 1시간 파업했을 경우 손실액은 1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회사 측은 “부분 파업 때문에 일부 공정 차질과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파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