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열린 드림클래스 여름캠프에는 읍·면·도서지역 중학생 300명이 영어골든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삼성 제공
지난해 8월 열린 드림클래스 여름캠프에는 읍·면·도서지역 중학생 300명이 영어골든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삼성 제공
부산에 사는 김보미 양(17)은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우유배달과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친구들처럼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건 꿈도 꾸기 어려웠다. 부산 연제구 연천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양은 작년 초 명문대 학생에게서 과외수업을 받는 기회를 갖게 됐다. 연천중이 삼성사회봉사단이 운영하는 ‘드림클래스’ 지원학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지원학교로 선정되면 학업 열의가 높은 저소득층 학생들은 방과 후 별도로 영어와 수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강사는 명문대 대학생들. 덕분에 김양은 성적이 올라 올초 부일외국어고에 진학했다. 김양은 “바닷물에 녹아 있는 2%의 소금처럼 사회에서 소중한 역할을 하는 검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과학고·외국어고 200여명 진학 성과

김양처럼 삼성의 후원으로 희망을 찾아가는 중학생 수가 오는 7월 말 3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삼성사회봉사단 관계자는 “2012년 3월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이달까지 약 2만7000명의 학생이 드림클래스를 거쳐갔다”며 “올해 안에 3만1000명까지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드림클래스는 삼성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학생들에게 영어, 수학 과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진행하는 주중·주말반과 방학에 약 3주간 집중 교육을 시키는 방학캠프로 운영된다.

주중 교실에는 대도시에 사는 학생이, 주말 교실에는 지방 소도시에 사는 학생이 주로 참가한다. 서울대를 비롯해 주로 서울권 대학생으로 구성된 강사들이 주중에는 지방 소도시까지 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방학캠프에는 읍·면·도서지역 등 평소 드림클래스에 참여할 수 없는 학생들이 주로 참가해 3주간 집중 교육을 받는다.

삼성은 장소 대여료와 대학생 강사에게 주는 수고비 등을 지원한다. 드림클래스 강사로 활동한 대학생 수만도 8000명이 넘는다. 이들도 ‘삼성 장학생’인 셈이다.

성과도 좋다. 과학고, 외국어고 등에 진학한 학생 수만 200여명에 달한다. 지난겨울 방학캠프에 참가한 학생 3000명의 경우 자체 평가에서 성적이 평균 30점 이상 오르기도 했다.
삼성이 놓은 교육기회 평등 '희망 사다리' 3만명이 건넜다
○‘교육 기회 평등’ 위한 희망사다리

드림클래스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기회의 평등”임을 강조해온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사업이다. 이 회장은 1987년 회장 취임 직후부터 기회의 평등과 교육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삼성은 1989년 당시 달동네였던 서울 마천동에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지었다.

그는 1993년 임직원들에게 “달동네에서 부부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3년 정도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산다. 그 소문이 나면 달농네 주민 전부가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또 교육을 시키면 빈부격차도 없어지고 국가재정도 튼튼해지고 삼성 이미지도 좋아진다. 그야말로 1석5조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의 저소득층 교육지원 사업은 1994년 사회봉사단을 만들면서 본격화됐다. 사회봉사단 창립 뒤 꾸준히 어린이집을 지었고 2008년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을 시작했다. 이후 2011년 중학생까지 범위를 늘린 게 드림클래스다. 이른바 ‘희망의 사다리’를 놓는 작업이다.

삼성사회봉사단 관계자는 “드림클래스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실력을 향상시키고 비행청소년이 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