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백두산과 장백산
하얀 부석이 흰머리처럼 얹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 백두산(白頭山).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과 중국 지린성(吉林省)의 경계에 있는 백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2750m)이자 모든 산맥의 어머니로 불려왔다. 옛 이름은 《삼국유사》에 개마산(蓋馬山), 《산해경》에 불함산(不咸山)으로 기록돼 있다. 고구려는 태백산, 고려는 백두산, 조선은 백두산과 장백산(長白山)을 함께 썼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창바이산(長白山)으로 불러왔다. 청나라 강건성세의 서막을 연 강희제(1654~1722)는 자기 조상의 발상지라 해서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다. 백두산 정계비를 천지(天池) 남동쪽 4㎞ 지역에 세우고 천지와 백두산 북쪽을 청나라가 차지한 게 강희제 말년인 1712년이다.

지금의 국경은 북한이 1962년 중국과 국경 조약을 맺으면서 백두산 남동부 영유권을 다시 찾은 것이다. 현재 백두산 전체의 75%가 중국, 25%가 북한 땅이다. 천지는 54.5%가 북한, 45.5%가 중국 관할이다. 백두산의 물은 동쪽으로 흘러 두만강이 되고, 북쪽으로 흘러 송화강, 남쪽으로 흘러 압록강, 서쪽으로 흘러 흑룡강이 된다.

산이 양국에 걸쳐 있는 데다 물까지 국경을 넘나드는 바람에 복잡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 김수현과 전지현 두 한류 스타가 중국에서 생수 광고를 찍었다가 논란이 된 것도 그렇다. 해당 생수 원산지가 장백산으로 표기돼 있어 동북공정에 이용당했다는 네티즌 비판이 나오자 거액의 위약금 배상을 감수하고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중국 네티즌도 발끈했다. 수만명이 “중국을 부정하는 김수현은 나가라” “한국인은 창바이산에 놀러와서도 ‘이곳은 한국 땅’이라고 생떼를 쓴다”며 들고 일어났다.

사태가 확산되자 백두산 생수를 판매하는 우리 업체들만 곤란해졌다. 중국 법규 때문에 원산지를 중국에서는 장백산, 한국과 일본 수출용에는 백두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백두산 화산 암반수는 20여종의 천연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러시아 코카서스, 스위스 알프스와 함께 세계 3대 생수 수원지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은 자국 영역의 장백산 수자원을 개발하면서 외국 기업에는 여러가지 제한을 둔다. 인근에 온천장과 스키장, 골프장, 호텔, 위락시설들까지 짓고 있다. 북한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백두산 인근의 온성섬 개발구 지정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이래저래 백두산을 둘러싼 비즈니스 경쟁은 갈수록 뜨겁게 됐다. 때로는 땅보다 물전쟁이 더 치열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