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CO₂배출권거래제 시행 유예해야
내년 1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환경부는 최근 국가 온실가스 할당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와 학계 일부에서는 심대한 우려를 밝히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계획과 배출권 할당 계획안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국가 단위에서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뉴질랜드, 호주밖에 없다.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전 세계 배출량의 1.8%)이 201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반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중국(28.6%)과 미국(15.1%)을 비롯해 교토의정서 주도국인 일본(3.8%)도 아직 국가단위의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EU 국가들의 배출권 거래제 운용 경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혼재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 경제 의존도가 지극히 높은 한국으로서는 배출권 거래제가 산업의 대외경쟁력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세계 1등 제품의 수가 감소하는 등 점차 약화되고 있는 한국의 대외경쟁력을 감안한다면, 일부 국가만 도입하고 있을 뿐인 배출권 거래제를 2012년에 제정된 법령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시행할 현실적 당위성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의 세계적인 현황을 고려해 현 시점에서는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한 정책방향으로 판단된다.

둘째, 환경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안은 간접배출을 포함하고 있다. 배출권 할당 대상자들이 간접배출로 인한 배출량을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으며, 간접배출을 할당대상에 포함시키면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따른 부담이 기업들(해당 기업이 생산하는 최종재를 구매하는 국민들)에 다중으로 증폭된다. 간접배출이 포함되면 에너지 사용(체화)의 우회도가 높은 중간재를 사용해 최종재를 생산할수록 최종재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돼 다중규제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EU 국가들은 간접배출을 할당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환경부가 발표한 배출권 할당안에 포함된 배출권 총량과 할당은 2009년에 수행된 BAU(business as usual·현 시점에서 전망한 목표연도의 배출량) 전망치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 배출량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이 BAU 전망치는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상당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출권 총량과 할당의 근거가 되는 BAU 시나리오의 현실성을 제고해야 한다.

넷째,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 초기(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는 과징금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성과와 부작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새로운 제도의 시행 초기에는 실제 운용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보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업과 국민, 정부도 새로운 시장기반 제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배출권 거래제 하에서 과징금은 사후적인 성격을 가지며 정부의 완전한 통제 아래에 있다. 시행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배출권 거래제 자체의 예기치 못한 문제점과 할당 대상자의 미숙한 시장메커니즘 적응 등으로 인해 사후에 기업에 부과되는 과징금이 지나치게 크다면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정부에도 큰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적어도 제1차 계획기간에는 과징금의 총액 상한을 당기 순이익의 1% 또는 3% 이하로 제한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문춘걸 < 한양대 경제학 교수 mooncg@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