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뒤늦은 사퇴로 여타 국무위원의 청문회 일정까지 엮이면서 한국경제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가 경기 회복 중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프트패치(soft patch)와 더블딥 기로에 선 상황에서 경제 리더십 부재는 자칫하면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2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내정한 지 11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인사 청문회를 위한 첫번째 절차조차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내정 사실이 발표된 지 2~3일 이내로 해당 국무위원 후보자의 직업·학력, 병역, 재산, 과세 및 범죄경력 등을 담은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위원회를 구성해 청문회 절차를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열흘이 넘도록 어떤 절차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최경환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도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엮이면서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무게 중심이 이미 최 후보자에게 상당 부분 넘어간 상황에서 청문회 등 절차 지연은 각종 경제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특히, 하반기 한국 경제 흐름을 전망하고 정책적인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 등의 발표 시기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정부가 인사청문요청서를 발송한 지 20일 이내에 인사청문 절차를 종료해야 하는 국회청문회법 규정을 감안할 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이미 7월 셋째주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하반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6월말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해 왔다.

하반기가 이미 시작돼 버린 7월에 발표한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당초 6월말로 예정됐던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도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인사 공백도 장기화되고 있다.

3월 중순께 과장급 인사를 단행한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이어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 인사를 하려 했지만 6월말인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등 사고 수습 관련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 행정예산국장, 협동조합정책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관세정책관 등 국장급 보직은 수개월째 공석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위 상임위원과 증선위 상임위원이 공석이고, 해양수산부는 기획조정실장, 해양정책실장, 수산정책실장과 중앙해양심판원장, 국립 수산과학원장 등 1급 5명이 사표를 내놓은 채 업무를 수행 중이다.

최경환 후보자가 부동산과 금리 환율 등 주요 정책 기조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청문회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어두운 전망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3.9%에서 3.7%로 내린 데 이어 현대경제연구원은 4.0%에서 3.6%로, 금융연구원도 4.2%에서 4.1%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올해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에 제시한 2.8∼3.0%에서 2.1∼2.3%로 최근 낮춘 바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수가 불안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 대외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 한국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경제 정책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인사 청문 등 과정에서 생기는 정책 공백을 하루라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후보자 청문회 등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해소하고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예산안, 세법개정안 등 주요 정책을 실무선에서 계속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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