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월호 민생대책, 생색만 내나
정부가 21일 당정협의를 갖고 세월호 사고 여파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한 지원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특별자금 지원 규모를 18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실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양상을 보면 수긍이 안 가는 대목이 많다. 증액을 한 특별자금이 대표적이다. 자금 지원을 시작한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대출이 이뤄진 금액은 총 177억원으로 전체 1800억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소상공인 특별자금 규모 1000억원 중에 166억원(450건), 관광진흥개발기금 500억원 중 6억원(2건), 기업은행 신규대출 300억원 가운데 5억원(7건) 등 어느 것 하나 두드러지는 것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 혜택이 미미해서다. 특별자금은 시중은행 대출과 별반 차이가 없다. 서류 신청을 거쳐 정부 업무를 대행하는 은행의 대출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담보 능력이 없으면 받지도 못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 소상공인 특별자금을 연 3.0% 금리에 1000만원 융자를 받으면 실제 혜택은 10만원 안팎이다. 시중은행과 금리 차이가 1%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1000만원 빌리러 갔다가 ‘차비’도 못 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연 2.0%에 빌려주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은 현재 115개사(299억원)를 심사 중인데 통상 30% 정도에만 자격이 부여된다. 융자 문턱이 높아 2895건의 문의가 왔지만 실제 4% 정도만 신청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에 현장과 업계 의견을 반영해 추가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구조라면 지원 총량을 늘려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소진율이 10%도 안되는 상황에서 금액 총량을 늘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세월호 관련 피해 업체와 서민들에게 공짜로 돈을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어차피 돕겠다고 나섰다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실제 현장을 찾아가 봐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정부가 생색만 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조진형 경제부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