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금 반환 협상 지지부진…경영개선계획 제출 한 달 앞으로

한맥투자증권의 코스피200 옵션 주문실수 사태가 발생 두 달을 맞았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은 주문실수에 따른 손실액 462억원 가운데 403억원을 여전히 갚지 못하고 있다.

선물·옵션 만기일이었던 지난해 12월 12일 일어난 주문실수 이후 거래소는 증권사들이 출연한 공동기금으로 462억원을 대신 결제하고 한맥투자증권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일부 회원사들의 이익금 반환으로 60억원 가량이 거래소에 상환됐지만, 이후 진전이 없어 미상환 금액은 한 달째 403억원에 머물러 있다.

한맥투자증권은 주문실수에 따른 이익금 360억원을 싹쓸이해 간 미국계 헤지펀드 '캐시아'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성과는 거의 없는 상태다.

한맥투자증권 관계자는 "캐시아 측의 반응이 상당히 소극적"이라며 "가타부타 의사 표현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캐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서울중앙법원에 캐시아의 한국 위탁계좌(신영증권, BS투자증권, NH농협증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기도 했다.

한맥투자증권 관계자는 "캐시아의 거래내역을 정확히 알 수 없어 360억원으로 알려진 이익금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며 "소송까지 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주문실수가 났을 때 이익금 일부를 돌려주는 국제 관행에 희망을 걸고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기사회생'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한맥투자증권은 다음 달 15일까지 자본금 확충 등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영업을 유지하려면 최소 4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캐시아로부터 이익금 전액을 반환받아야 회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영개선계획 심사에서 탈락하면 증권업 영업인가가 취소되고 청산과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사상 초유의 주문실수 사태로 증권사들이 입은 손해도 막대하다.

한맥투자증권을 제외한 파생상품시장 결제 회원사 58곳은 다음 달 말까지 거래소에 한맥 사태로 소진한 손해배상공동기금을 쌓아야 한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그 규모가 평균 20억원에 달한다.

거래소는 증권·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2천억원 수준으로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

거래소가 손해배상공동기금을 실제로 사용한 것은 지난 1997년 12월 고려증권·동서증권의 부도 사태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대부분 증권사는 2013 회계연도 3분기(10∼12월) 재무제표에 손해배상공동기금 관련 비용을 손실처리 했다.

적립금은 영업비용으로 회계처리되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많게는 20억원 이상 감소한 증권사도 있다.

소형사의 경우 이번 손해배상공동기금 반영 때문에 적자를 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