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 간의 공방전이 격화되고 있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현대그룹은 회사를 압박하려는 고도의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가 시도한 M&A가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고 손실이 발생하자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콘퍼런스를 열었다”며 “쉰들러 측의 근거 없는 주장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9일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가 2006년 KCC에서 26%, 2010년 10% 등 지분을 인수할 때도 이미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와 현대상선 주가와 연계된 파생상품 계약을 알고 있었다”며 “당시엔 해운업 호황으로 이익이 났기 때문에 침묵하다가 손실이 나자 뒤늦게 문제 삼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쉰들러 측은 이 문제를 2010년 5월께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또 “쉰들러가 유상증자 불참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분 전량매각 등을 운운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으면서도 소액주주 수호자를 자처하는 것은 ‘악어의 눈물’과 같다”고 했다. 이어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켜 유상증자 효과를 감소시키고 현대엘리베이터 매각을 압박하는 속 보이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알프레드 쉰들러 ‘쉰들러 홀딩 AG’ 회장은 앞서 지난 7일 전 세계 애널리스트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현대엘리베이터 투자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콘퍼런스에서 시종일관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적대적 M&A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사업부를 인수하기를 희망했으나 이는 우호적인 취지였다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와의 소송전 등에 대해서는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와 파생상품 계약으로 인해 손실을 본 부분을 문제 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