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위스 직업학교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 방문 때 직업학교 ‘베루프슐레(Berufsschule)’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자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 관련 부처들이 서로 그럴듯한 대안을 내느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 직업학교를 방문하겠다는 신청이 벌써부터 쇄도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외국 제도라면 무조건 좋은 것인 양 호들갑을 떨어대는 고질병이 또 도지는 모양새다.

스위스 직업학교가 우리에게 전혀 없는 개념이라면 또 모르겠다. 선취업·후진학, 기업의 동참, 학생의 적성 중시 등을 말하지만 그런 취지라면 국내에 이미 마이스터고가 있다. 마이스터고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졸 채용 장려 정책과 맞물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정부는 마이스터고를 전 정권의 성과로 여기는지 아예 언급조차 않으려고 한다. 고졸 채용을 확대하던 공공기관이나 기업들도 언제 그랬냐며 태도를 바꾸고 있다. 정부 말만 믿고 마이스터고에 진학한 학생들만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풍토에서는 학벌 아닌 능력 중시 사회를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없다.

어느 정권이 했건 잘한 제도는 더욱 발전시켜 나갈 생각을 해야지 이렇게 일관성이 없어서야 무엇하나 제대로 될 게 없다. 이름을 바꾼다고 새로운 정책이 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외국에 무슨 제도가 있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는 꼴은 역겨울 정도다. 이런 식이면 스위스 직업학교인들 다음 정권에서 바로 찬밥 신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