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철도 민영화 괴담이다. 철도 민영화가 되면 서울~부산 간 KTX값이 28만원이나 되고 지하철 요금이 5000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루머가 SNS를 파고든다. 산간철도가 폐쇄되고 대형사고가 날 것이라는 기담(奇談)도 저잣거리를 떠돈다. 광우병 괴담에서 미네르바사건, 신종플루, 천안함, 일본 원전에 이르기까지 온갖 괴담과 루머의 홍역을 치러왔던 한국 사회다. 이젠 가공의 시나리오나 소설이 전문가 관측으로 둔갑해 국민들의 영혼을 흔들고 있다.

철도사업이 민간 분야로 넘어가면 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내려고 하기 때문에 요금을 올릴 것이라는 게 민영화 괴담의 논리다. 단순하고 유치찬란한 논리다. 초등생도 곰곰 생각하면 저절로 그 허구를 알 수 있다.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지속적인 원가 절감 등 혁신을 통해 장기적으로 가격은 내려가고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것은 기본이다. 그게 시장경제의 힘이고 외국에서의 사례들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SNS에는 무뇌아들의 야동처럼 이런 논리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이것이 한국 SNS의 수준이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가 숭숭 뚫린다는 거짓말에 “나는 더 살고 싶다”며 바보처럼 절규했던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나.

정치권은 이들 바보에 편승해 보려고 안달이다. 민주당은 철도공사의 방만경영엔 침묵하면서 철도 민영화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고 나서는 판이다. 광우병 사건 때 아예 당 강령을 촛불 민심으로 만들려고 한 정당이다. 민주당은 광우병 난동에 대해 공식 사과 한마디가 없었던 터에 다시 민영화 괴담에 편승하고 있다. 이른바 지식 사회도 마찬가지다. 5년 전 광우병사건 때나 천안함사건 때 그렇게 떠들어댔던 교수들은 지금껏 반성의 말 한마디 없다.

괴담이 유포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지력이 낮다는 말이다. 그저 눈과 귀를 당기는 괴담에 정신을 팔고 있을 뿐이다. 5년 전 광우병 광란 당시 대중선동에 앞장섰던 소위 지식인들의 명단을 지금이라도 다시 내걸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