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학들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유학생을 끌어모으기 위해 ‘타이거 마더(tiger mother·엄격한 규율과 통제로 자녀를 교육하는 방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타이거 마더’란 말 그대로 ‘호랑이 엄마’란 뜻이다. 2011년 중국계인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로스쿨 교수가 쓴 동명의 책에서 유래된 이 말은 자율성을 중시하는 서구식 교육과 달리 자녀를 꼼꼼하고도 엄하게 관리하는 동양 부모들의 교육관을 가리킨다.

WSJ는 “금융위기 이후 달러 대비 호주달러 가치 상승 여파로 물가가 오르면서 아시아계 유학생들이 호주 대신 미국이나 유럽행을 택하고 있다”며 “호주 대학들이 아시아 쪽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타이거 마더’ 스타일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타이거 마더’ 방식의 유학생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대 사례를 소개했다. 이 대학에선 유학생 기숙사에서 술을 마실 수 없고, 남학생과 여학생의 방도 층이 구분돼 있다. 통금 시간은 밤 10시며,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기숙사에 있는 동안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다.

호텔을 방불케 하는 고급 욕실과 부엌, 정보기술(IT) 시설과 24시간 보안망은 기본이다. 뉴사우스웨일스대 측은 “아시아계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언제나 확인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매우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대학들이 아시아계 유학생을 잡기 위해 이같이 나서는 이유는 호주에 오는 유학생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에 따르면 2010~2012년 사이 호주 대학의 유학생 수는 12% 줄었다. 호주 유학생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비싸진 호주 물가 때문에 미국으로 발길을 돌린 게 큰 원인이 됐다. 호주 정부의 조사 결과 지난해 호주 유학생들의 연평균 생활·학습 비용은 4만4000호주달러(약 4500만원)였다. 미국은 이보다 7000호주달러, 영국은 1만4000호주달러 싼 것으로 추산됐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