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정동의 ‘래미안 잠원’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이 단지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 단지의 전용 104㎡형은 최근 16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경DB
서울 문정동의 ‘래미안 잠원’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이 단지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 단지의 전용 104㎡형은 최근 16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경DB
서울 반포동 신반포1차(반포 e편한세상 한신) 재건축조합은 26일까지 조합원 730명을 대상으로 분양신청을 받는다. 벌써 전용면적 200㎡(82평)~234㎡(94평)의 펜트하우스 8가구는 모두 조합원에게 돌아갔다. 당초 중소형을 선호할 것이라는 조합 측 예상과 달리 전용 85㎡ 초과 중대형에 조합원 신청이 몰리고 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의외로 중대형을 골라 놀랐다”며 “한강 조망권이 확보되는 입지인 데다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대형 평형 외면현상’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신도시 등 일부 중대형 꿈틀

'찬밥 신세' 중대형이 팔리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강남권과 위례신도시,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등에서 분양된 중대형 아파트가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면서 계약이 조기에 마무리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이달 초 서울 잠원동에서 내놓은 ‘래미안 잠원’은 조합원들이 중대형 평형을 선택하는 바람에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 중대형 물량은 1가구에 그쳤다. 일반분양분 1가구(전용 104㎡) 청약에도 167명이 몰렸다.

수도권에서 4년간 지속된 중대형 침체 분위기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단지는 지난 6월 공급된 주상복합 ‘판교신도시 알파리움’이다. 평균 26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한 달 만에 100%가 계약됐다. 청약 열기는 위례신도시로 이어졌다. ‘래미안 위례신도시’와 ‘위례 힐스테이트’가 각각 27.27 대 1과 11.03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끝냈다. 현대건설이 ‘위례 힐스테이트’의 청약 당첨자를 분석한 결과 30~40대 젊은 층이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달 선보인 ‘위례 아이파크 1차’도 1·2순위 청약에서 373가구 모집에 6122명이 몰려 평균 16.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크게 낮아진 데다 ‘4·1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민간 중대형 아파트 청약가점제가 폐지돼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유주택자와 청약가점이 낮은 사람들까지 부담 없이 청약에 나선 것이 강남권·신도시 등 일부 유망 지역의 중대형 청약률이 높아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대형 청약열기 지속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나타난 일부 지역의 중대형 선호 조짐이 주택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어렵고, 국지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인구 고령화와 자녀 수 감소 등으로 소형 선호 현상은 여전하다”며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에서 중대형 수요가 늘어나려면 집값이 본격 상승 국면에 접어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강남권은 큰 집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꾸준한데, 지금까지 중대형 공급이 적었기 때문이다.

김상국 삼성물산 마케팅부장은 “오는 11월께 서울 대치동에서 내놓을 ‘래미안 대치 청실’도 일반분양 162가구 가운데 중대형은 33가구에 불과하다”며 “조합원들이 중대형을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창석 ERA코리아부동산 연구소장도 “3년 전만 해도 신규 분양 아파트 물량의 20%를 웃돌던 중대형 물량이 최근에는 10% 이하로 줄었다”며 “구매력이 있는 계층에서는 101㎡(40평) 안팎의 중대형 평형 거주가 일종의 ‘로망’”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일/김진수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