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본부 설치·고용부 작업중지 명령…책임자 사법처리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울산 삼성정밀 합작회사 SMP 공사현장의 대형 물탱크 파열 사고와 관련 경찰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울산남부경찰서는 김창규 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경찰관 34명의 수사본부를 구성했다고 28일 밝혔다.

수사본부는 광범위하고 정밀한 조사를 별여 사고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경찰은 앞서 27일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근로자 4명을 상대로 진술을 받았다.

물탱크의 결함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식을 의뢰하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공단, 소방서 등과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감식을 통해 탱크 잔해의 강도와 재질특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이날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과 물탱크 제조사인 다우테크 관계자들을 불러 산업안전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함께 사고가 난 SMP 폴리실리콘 공장에 대해 전면작업중지명령, 안전진단명령, 안전관리자증원명령을 각각 내렸다.

이 명령에 따라 해당 공장은 안전하다는 판단이 날 때까지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체 공장의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안전관리자도 법적 인원보다 더 충원해야 한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물탱크 구조물을 조였던 소형 볼트의 결함, 물탱크의 다른 구조물의 결함, 미숙련 작업자의 실수 등 3가지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꼽는 것은 지름 12㎜의 볼트의 결함.
경찰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조사팀은 이날 "사고가 난 물탱크는 각각의 철판을 볼트로 이어붙여 조립한 구조"라며 "사고 현장에는 물탱크 하단부 조임에 사용했던 볼트 수백 개가 두 동강으로 부러져 있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볼트가 부러진 원인이 이번 사고를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탱크가 터지면서 볼트가 한꺼번에 부러졌으면 탱크를 구성했던 다른 재질이나 근로자의 실수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기관에 볼트의 인장강도 등 재질 분석을 의뢰하고, 볼트의 구매 경위와 볼트가 설계대로 만들어졌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물탱크의 조립은 가로 1,5m 세로 1m의 탄소강 철판을 볼트로 조이면서 잇대는 '볼티드(bolted) 공법'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법은 다우테크(2001년 설립)가 특허를 가진 것으로 전국 17곳의 공장 소방용 물탱크나 자치단체의 오폐수처리시설 등에 이미 적용됐다.

또 볼트 외 철판 등 물탱크 자재가 설계서대로 만들어지고 적법하게 구입됐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철판을 잇대거나 볼트를 조이는 과정에서 미숙련 작업자가 규정을 지키지 않았거나, 사고 하루 전 누수가 발생하자 작업자들이 누수발생 부위의 볼트를 너무 세게 조여 이음매가 마모되면서 사고가 났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SMP에서는 지난 26일 오후 5시 31분께 소방용 물탱크(1천400t 규모)가 터지면서 바닥에 넘어져 현장 책임자인 삼성엔지니어링 기계팀장 최만규(50)씨와 다우테크 현장소장 서규환(45)씨, 다우테크 소속 아르바이트 대학생 노모(21)씨 등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15명의 사상자 중 7명은 인근 건축공사장 협력업체인 신성이엔지 소속 근로자로 사고 당시 물탱크에서 15m 떨어진 휴게소에 있다 물에 휩쓸리면서 건축 자재 등에 부딪혀 경상을 당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직접 탱크 설치작업을 하다 다친 중상자가 회복되는대로 진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lee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