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진적 누출사고로 국민피해 더 방치 못해"
“그동안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사업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었다고 봅니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부실 R&D 사업을 차단해나갈 생각입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환경부 R&D 예산은 3500억원 정도로 다른 부처에 비해 턱없이 적지만 알뜰하게 쓰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5년 건설부 7급 국가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윤 장관은 1977년 13회 기술고시에 합격해 환경부 수질보전국장, 환경정책국장, 기상청 차장 등을 지냈다. 2009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양대 연구교수, 온실가스사업단장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7월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 환경특보로 합류했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취임 100일 이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했는데 우선순위가 있습니까.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유해물질 취급시설 4300여곳을 전수조사하는 겁니다. 후진적인 화학사고로 국민의 건강과 재산에 피해가 가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화학사고에 대해 최고 매출의 10% 과징금을 때릴 경우 기업의 부담이 너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모든 기업에 10% 룰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유해물질 누출 사실을 자진 신고하거나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경우, 사업장 밖에 피해가 있어도 재산상의 피해만 있는 경우는 부담을 덜어줘야겠죠.”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복안이 있습니까.

“환경산업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을 높이는 겁니다. 그래야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독일의 환경 부문 일자리는 300만개나 됩니다. 반면 우리는 28만개에 불과하죠. 독일 일자리가 많은 이유는 수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 분야는 100만의 1 이상의 극미량을 다루는 부문이 많은데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하셨는데요.

“환경친화 상수시스템, 하·폐수 고도처리기술 등을 다루는 산업이죠. 물 시장은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물 부족 심화로 세계적으로 연평균 6.5% 성장하는 신흥시장입니다. 민간 부문과 적극 소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이끌어낼 생각입니다.”

▷기업들이 환경 규제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낍니다.

“지난 1일 무역투자진흥회의의 기업 투자 활성화 대책을 보면 금융 부문을 제외하고 모든 정책이 환경부과 관련이 있습니다. 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 설립,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완화 등도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투자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보존 가치도 중요합니다. 개발 가치와 보존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도록 다른 부처와 잘 협의하겠습니다.”

정리=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