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미달 노조만 3개…근로조건 결정 어찌하오리까
학생들의 시험 시즌이다. 여전히 수학이 중요한 과목이라고 하고, 많은 학생들이 오늘도 잠을 줄여가며 문제를 풀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기억나는 수학공식이 거의 없지만, 변수가 적은 1차 방정식은 비교적 쉽고, 변수가 복수인 연립방정식이나 2차, 3차 방정식은 풀기 어려웠던 기억 정도만 남아 있다.

그렇다면 회사의 근로조건 결정 방정식은 어떨까.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1) 먼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이다.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령에 따르면 되고 노동조합법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일차방정식처럼 쉽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바꾸는 것은 회사가 재량껏 할 수 있는 반면, 불리하게 바꾸는 것은 근로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최근 기간제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일부 법률에서 규정하는 차별금지의 규율을 받고 근로기준법상 선택적 근로시간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휴일대체 등 근로자대표와의 합의가 필요한 것도 있다. 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도 법에 따라 운영하고 보고, 의결 등을 하면 된다.

(2) 다음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이다.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고, 노동조합법이 정한 바에 따라 단체교섭을 하며 그 결과인 단체협약에 따라 근로조건을 정하면 된다. 물론 단체교섭이라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야 하고, 원만히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힘의 대결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설득하기와 버티기의 문제일 뿐 합의에 의해 근로조건이 결정된다는 방정식 자체는 어렵지 않다.

과반수 노동조합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에 해당하고,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 동의 권한을 가지며, 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 지명권을 가지며, 이러한 권한은 과반수 노동조합의 배타적 권한이므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근로조건 결정을 위한 논의 창구가 일원화되는 편리함도 있을 수 있다(참고로 과반수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에서는 언급이 전혀 없고 다른 법률에서 언급된다).

또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조합법 제35조의 일반적 구속력이 적용되어 비조합원인 동종의 근로자에게도 단체협약이 적용되므로, 비조합원의 근로조건을 정하기 위한 절차에 관한 고민도 줄어든다. 물론 복수노조인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인) 과반수 노동조합과 함께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고, 노동조합 간 차별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 정도의 변수가 있지만, 근로조건 결정 방정식의 난이도를 유의미하게 높일 정도의 변수는 아니다.

(3) 과반에 미달하는 소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방정식이 복잡하다. 일단 노동조합,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 근로자대표가 각각 다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근로조건에 관하여 각각 다른 세 갈래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방정식의 기본 변수가 3개인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대표에 관하여 과반 노동조합 또는 과반 노동조합이 없을 때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과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근로자대표의 적법성 및 근로자대표와의 합의의 유효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특히 소수노동조합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기준법에는 위와 같은 개념 정의만 있을 뿐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절차나 방법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기 때문이다.

근로자대표로서 근로기준법상 여러 제도에 대하여 합의를 한 이후에 분쟁을 통해 근로자대표성이 부정되면 합의의 효력도 부인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제도의 혼란 및 우발채무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관련하여 법원은 (1) 사업장 또는 조직단위별로 투표를 통해 사업장 근로자위원 선출 → (2) 사업장 근로자위원들의 호선으로 사업장 근로자대표 선출 → (3) 전국 사업장 근로자대표들이 투표로 전사 근로자대표 선출의 흐름으로 진행된 사안에서 전사 근로자대표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었고, 민주적 정당성은 직접 선출되는 방식으로만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로 인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4. 2. 2. 선고 2023나2035761 판결, 상소취하로 확정됨).

한편 소수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비조합원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절차는 매우 까다로운 고차방정식이다. 원래 조합원의 근로조건은 단체협약으로 정해지는 것인 반면, 비조합원은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예를 들어 회사는 통상 매년 3월경 자체적으로 임금인상률을 결정하여 왔는데, 소수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서도 임금인상률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하여 소수 노동조합과 임금인상률에 관한 교섭을 하고 있으면서, 회사가 임금인상률을 먼저 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노동조합이 비조합원의 근로조건에 관여할 권한은 없고, 적용받지도 않는 단체협약 때문에 비조합원의 근로조건 결정이 영향을 받거나 지연되어야 한다고 볼 법적 근거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극단적으로 조합원이 2명뿐인 소수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하는 경우를 상정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2001. 10. 31. 노조 68107-1193)이나 법원의 선례(광주고등법원 2012. 4. 20. 선고 2011나5782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도 동일한 입장으로 이해된다.

이때 회사로서는 체크오프(조합비 일괄공제)를 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누구인지 알 수 없고, 체크오프로 알게 되더라도 선제적으로 조합원을 차별해서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면 그게 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소수 노동조합과 단체교섭 중이라면 노동조합에 회사가 결정한 임금인상률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의사를 밝히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