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영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나이절 파라지 영국 독립당 대표(사진)는 4일(현지시간) 사우스실즈 하원 보궐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런던의 한 펍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선거에서 독립당은 지역의 전통 강호인 노동당에 의석을 내주긴 했지만, 24.2%의 지지율로 집권 보수당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펍을 기자회견장으로 선택한 건 선거에서 사실상 승리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자신들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라는 얘기다.

영국 독립당의 ‘독립’은 유럽연합(EU)에서의 독립을 뜻한다. 당 로고는 영국 통화인 파운드(£)다. 유로화를 비꼰 것이다. 자국의 취업난은 동유럽 이민자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극우 보수주의다. 그런데 지방선거에서 이 당이 집권당을 이긴 것이다. 독립당은 지난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26%의 득표율로 돌풍을 일으켰다.

영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유럽 경제위기 속에서 극단적 성향의 정당들이 잇따라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들은 언변이 뛰어난 ‘카리스마형’ 지도자들과 좌·우를 가리지 않는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세워 경제난에 지친 유권자들의 마음을 뺏고 있다.

지난 2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3위를 차지한 ‘오성운동’이 대표적이다.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이 당은 EU와 유로존 탈퇴, 이민 금지 등 극단적 공약에도 25%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 오성운동은 현재 이탈리아의 제1야당이다. 핀란드에서는 유럽의회 의원 출신인 티모 소이니가 이끄는 민족주의 정당 ‘진정한 핀란드인’이 원내 3당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 밖에 프랑스의 국민전선, 네덜란드의 자유당, 덴마크의 국민당 등 다른 극우 정당들도 최근 1~2년 내 치러진 선거에서 10% 이상의 지지를 확보했다. 대놓고 나치즘을 내세운 그리스의 황금새벽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6.9%의 지지율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