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 출신인 것처럼 눈물 겨운 사연을 지어내 처벌을 피하려던 10대가 구속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서울·경기 일대 청소년쉼터와 PC방,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면서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김모군(17)을 구속하고 K군(14)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1년 전 청소년쉼터에서 만난 김군과 K군은 지난달 28일 서울 창신동의 한 찜질방에서 스마트폰을 훔치는 등 3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15회에 걸쳐 스마트폰 12대, 교통카드 50장 등 총 1183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예전에 저지른 범행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있던 김군은 경찰에 신고한 거주지를 멋대로 벗어나 지명수배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또다시 적발되자 ‘거짓 사연’을 꾸며내 수사망을 벗어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나쁜 사람’ 코너를 참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군은 “세 살 때 고아원에 맡겨진 고아인데 원장이 학교도 보내주지 않은 채 매일 페인트칠만 시켜 고아원을 뛰쳐나왔다. 친부모를 찾고 싶다”며 울먹였다. 김군을 딱하게 여긴 담당 형사는 김군이 자란 고아원이 있다는 지역의 군청과 면사무소에 연락을 했지만 “그런 고아원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군이 다녔다고 주장한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도 연락했지만 “그런 학생은 없었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딱한 마음이 들어서 따뜻하게 대해줬는데 모두 다 지어낸 얘기였다는 사실을 알고 씁쓸했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