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서 "매우 죄송하고 고통스럽다" 눈물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37)씨에게 검찰이 징역 6월을 구형했다.

검은 정장을 입고 피고인석에 선 정연씨는 최후 진술에서 눈물을 보이며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매우 죄송하다.

몹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동식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논고에서 "피고인이 정해진 외화 취급 기관을 거치지 않고 무신고 외환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연씨는 2007년 9월 미국 영주권자 경연희(42)씨 소유의 미국 뉴저지 포트 임페리얼 아파트 435호를 매수하면서 계약금 40만달러를 보내고 2008년 말 중도금 지급 독촉을 받은 끝에 현금 13억원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변호인으로 나선 정연씨 남편 곽상언 변호사는 "아파트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아파트는 피고인 소유가 아니고 소유할 의사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죄가 안 된다는 취지'인지 묻는 재판부에 곽 변호사는 "피고인이 경씨와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에서 잘 판단해달라"고 답했다.

검찰과 피고인 측이 사실 관계를 다투는 부분이 거의 없어 이날 공판에서 증거 조사와 최후 변론이 모두 마무리됐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모친 권양숙 여사의 부탁을 받은 피고인은 계약을 대신 체결하고 돈을 전달하는 위치에 있었을 뿐 사건을 주도하지 않았다"며 "송금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한 평범한 주부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범죄행위가 인정되면 합당한 형벌을 감수할 것"이라며 "하지만 세상을 떠난 대통령의 딸로서 그동안 도덕적 비난을 넘어 형벌보다 잔인한 처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곽 변호사는 미리 써온 변론 요지를 읽으며 흐느꼈고, 정연씨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미국에 거주하는 경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23일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