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용 상황은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안으로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취업자는 늘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숫자만 보면 괜찮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취업자 증가 수는 40만명대 중반을 기록할 전망이다. 10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이다. 올해뿐 아니라 한국의 고용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난히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7만2000명 감소했다가 2010년부터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달 취업자가 11월 수준이라면 연간 43만8400명으로, 2002년(59만7000명) 이후 최대를 기록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임기를 전부 집계하면 연평균 25만명 증가, 노무현 정부(25만3000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적인 면에서도 고용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35만3000명 늘어 작년 9월(26만4000명) 이후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고용한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환율 등 대외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기업의 설비 투자도 금방 살아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고용의 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년 실업은 심각해졌고 중장년층은 영세 자영업에 뛰어들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률이다. 지난해 15~64세 고용률은 63.9%로 미국(66.6%) 일본(70.3%)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고용률 70%를 이루려면 앞으로 150만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 전체 고용률(15세 이상)은 2002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60%대를 달성한 적이 없다. 일할 능력이 있어도 원하는 일자리가 없거나, 취업을 꺼리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다.

연령대별로 보면 가장 약한 고리는 청년층이다. 20대 취업자 수는 지난달까지 7개월째(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특히 취업에 한창 나서야 할 25~29세의 고용률이 2.3%포인트 급락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휴학이나 대학원 진학 등을 통해 경제활동을 미루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들어가고 싶은 대기업은 채용을 줄이고 있고, 중소기업에 가자니 임금 등이 성에 차지 않는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 취업자 증가 수는 올해(1~11월) 단 1000명에 그쳤다. 2008년 이후 최소치였다. 자본시장이 위축되면서 고임금인 금융 분야 일자리도 줄었다.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영업으로 몰리고 있다. 1~11월 자영업 취업자 수는 13만5000명으로 증가폭이 둔화하긴 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증가세다. 연간으로는 2002년 이후 최대다. 중장년층을 위한 취업교육프로그램에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베이비붐 세대 중엔 사무직이 많은데, 이들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내하청과 특수고용직 등 고용 사각지대의 아우성도 커지고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사내 복지에서 소외되거나, 기본적인 사회보험 가입률도 낮아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소득 양극화가 이슈화하면서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도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