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광주서부경찰서 강력5팀 임정원 팀장(경위)은 관내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원룸 피살사건 수사기록을 읽어내려가다 한 곳에 시선이 멈췄다. ‘즉흥적으로 행동, 오른손에 장애가 있어 왼손으로 목 졸라 살해….’ 15년 전 자신이 해결했던 살인사건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기억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무심결에 지나쳤던 수사기록 앞장을 다시 꼼꼼히 살폈다. ‘안XX’. 살해당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원룸 계약서 사본에서 계약자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임 팀장은 곧바로 과거 수사기록을 뒤져 안모씨(58)의 지인과 통화해 그의 행방을 찾았다. 하루 만에 경찰서로 안씨를 연행한 그는 서부서 진술 녹화실에서 대질심문에 들어갔다. 안씨에게 15년 전 부인 살인사건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안씨는 당시 경장이었던 임 팀장을 알아보고는 체념한 듯 머리를 떨구고 모든 걸 털어놨다. “내연녀가 이별을 통보해 화가 나서 그랬다”고 자백했다.

과거 전부인을 살해한 동기뿐만 아니라 범행 수법도 동일했다. 오른손이 불편해 누워 있던 내연녀 장모씨(50)를 왼손으로 목 졸라 죽였다고 진술했다. 장씨의 시신을 염을 하듯 화장지 등으로 사후 처리한 것은 고인에 대한 예우였다고 털어놨다.

임 팀장과 안씨의 악연은 15년 전으로 올라간다. 안씨가 자신의 전부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을 당시에도 그를 붙잡았다. 당시 광주 북부경찰서 강력반에서 근무하던 임 팀장은 점심 무렵 사건 발생 보고를 받고 광주 무등산 자락으로 달려갔다. 무등산의 한 계곡에서 알몸 상태의 3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된 것. 임 팀장은 전남편인 안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