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행사..허리케인 피해주민 위로

미국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의 로즈가든에서는 65년째 이어지고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957년부터 백악관 전통으로 자리 잡은 칠면조에 대한 `사면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 합의 발표 직후 두 딸 사샤, 말리아와 함께 로즈가든에 나타난 오바마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참석자들에게 추수감사절 인사를 건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생은 두번째 기회가 중요하다"면서 "나에게는 올해 11월이 더욱 그렇다"면서 재선 성공을 우회적으로 자축했다.

그러면서 사면 대상으로 선정된 칠면조 `코블러(Cobbler)'와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한 대역 `고블러(Gobbler)'를 가리키며 "이들도 앞으로 전진(moving forward)하고 있다"고 농담했다.

`앞으로(Forward)'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재선 캠프가 내세운 슬로건이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이번 사면 대상 칠면조는 아주 치열한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면서 "이번에도 네이트 실버가 정확하게 맞췄다.

그는 이들 칠면조가 선정될 걸 예측했다"고 농담했다.

저명한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이번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해 `족집게'라는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늘 아내 미셸과 말리아, 사샤와 함께 그다지 행운이 따라주지 않은 2마리의 칠면조를 워싱턴DC의 푸드뱅크에 가져갈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행사를 마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Sandy)'로 피해를 본 뉴욕주와 뉴저지주의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밝힌 뒤 군 장병에게도 명절 인사를 전했다.

칠면조는 추수감사절에 빠질 수 없는 요리지만 백악관에서는 대통령이 미국칠면조협회에서 증정한 칠면조가 생을 끝까지 누릴 수 있도록 사면하는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 사면 대상이 된 코블러와 고블러는 생후 19주일 된 40파운드(약 18㎏) 무게의 칠면조로 이들을 직접 키운 버지니아주 로킹엄 카운티의 초등학생들이 이름을 직접 지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행운의 칠면조' 두 마리는 대통령 사면을 받은 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생가가 있는 마운트버논으로 옮겨져 여생을 호강하며 지내게 된다.

한편 미국의 동물보호단체인 PETA는 지난 20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백악관의 칠면조 사면행사에 대해 "칠면조는 죄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사면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행사 중단을 요청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