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교육구인 시카고 교육청 소속 교원 노조가 열흘 가까이 지속한 파업을 풀고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들은 미국 공립학교 개혁의 두가지 핵심 이슈인 '교원평가제'와 '재임용 보장' 문제를 놓고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 수개월에 걸쳐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다 지난 10일 25년 만의 파업에 돌입했었다.

18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교원노조 대의원 800명은 이날 오후 구두 투표를 통해 파업 중단 결정을 내리고 19일부터 교실에서 공립학교 35만 학생을 맞이하기로 했다.

노조는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교원평가제를 단계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캐런 루이스 노조위원장은 "대표단의 약 98%가 파업 종료에 표를 던졌다"며 "대부분 교사가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노조원들의 반발도 있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계약이란 없다"면서 "단지 지금은 파업을 끝낼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을 통해 시카고 교육청은 교사들의 연봉을 4년간 총 16% 인상하기로 했다.

시카고 허핑턴포스트는 "미국에 대불황이 닥친 이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높은 인상폭"이라면서 "시카고 교사들의 평균 연봉은 7만6천달러(약 8천500만원)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새로운 계약의 핵심 이슈는 교원평가제와 학교 폐쇄로 해고된 교사들에게 재임용 우선권을 주는 문제였다.

노조 측은 교원평가제가 학생들의 시험 성적에 지나치게 의존돼 있으며 가정환경 등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학교 외적인 요소가 고려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잠정 협상안을 통해 이들은 앞으로 2년간 학생들의 성적을 교사평가에 25% 반영하고 3년째 되는 해에 30%, 4년째 되는 해에 35%로 늘려가기로 했다.

이는 이매뉴얼 시장의 승리로 풀이되고 있다.

또 학교 폐쇄로 직장을 잃은 교사들의 재임용 문제도 "자리가 나는 대로 어느 학교든 배치해달라"는 노조 측 주장과 "자리에 가장 걸맞은 능력을 갖춘 교사를 우선 뽑겠다"는 교육청 측의 입장을 상호 보완, 해고된 교사들을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이 옮겨간 학교에 우선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매뉴얼 시장은 "이번 합의는 정직한 타협"이라며 "시카고 공립학교에 새 날이 열리고 새로운 방향이 제시됐다"고 평했다.

그는 "과거 협상은 납세자들의 부담을 늘리고 학생들의 혜택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이번 계약은 비용 절감안을 통해 납세자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이번 계약으로 교사들은 높은 임금을 보장받게 됐고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파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신뢰할 만한 지지기반 중 하나인 시카고의 교원노조가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오바마의 오른팔' 이매뉴얼 시장의 공격적인 공교육개혁 정책에 반발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더 큰 관심을 끌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