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독트린' 고수 VS '강한 미국' 주창
동아시아 영유권 논란에는 '중국 견제' 맥락 공감

'경제 전쟁'으로 점철될 것 같았던 미국 대선의 전선이 외교쪽으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이슬람 모독' 영화 한편으로 촉발된 중동을 포함한 이슬람권의 대규모 반미 시위가 있다.

아울러 동아시아 영토분쟁과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둘러싼 논란도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중동 대응'에 있어 확실한 차이를 드러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크리스 스티븐스 대사 등 리비아 대사관 희생자들의 추모식에 참석해 "미국은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자신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추진했던 '이슬람과의 화해' 정책과 미국에 의한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지양하겠다는 '오바마 독트린'이 여전히 유효함을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아랍의 봄' 이후 새롭게 등장한 정부들을 적극 지원하면서 중동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반미감정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이는 핵개발을 시도하며 지역 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이란을 견제하는 노림수도 내재돼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의 중동 정책은 시험대에 오르게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랍의 봄'으로 상징되는 중동의 민주화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했는지, 궁극적으로 '외교관의 피살'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묻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 일어났던 주(駐)이란 미 대사관 인질 사건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민주당 현역 대통령으로 단임으로 끝났던 카터 전 대통령을 부각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오바마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고집스러워 보일지라도 자신의 '중동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벤저민 로즈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우리는 미국이 이슬람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줬다"면서 "알 카에다를 이슬람 내 일부 세력으로 고립시켰다"고 말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을 해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정의가 구현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과정도 "주재국과 공조할 것"이라고 말해 일방주의를 배제했다.

공화당의 롬니 후보는 평소의 '강한 미국'을 지향해온 맥락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맹공한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 외교정책에 대해 "목적의 명료함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롬니 후보는 리비아 대사관 사태가 일어난 다음날인 12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가치에 대한 사과는 올바른 길이 아니다"고 밝혔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이른바 `오바마 외교'가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킨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이슬람 모독 영화에 언급. "(리비아의) 미국 공관에 대한 공격은 미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한 뒤 "미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해선 안된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저자세'를 비난했다
롬니 후보가 중동 사태를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한 이후 일각에서는 "위기상황을 정쟁으로 활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롬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의 중동정책의 축이 바뀔 것은 분명해보인다.

또 중동 사태를 대선 쟁점화해 `오바마가 경제 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실패했다'는 메시지를 알리려는 전략도 엿보인다.

동아시아에서의 잇따른 영유권 분쟁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대응이 비교적 충돌하지 않는다.

특히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데 목소리를 함께 하고 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재정적자 등 국가 상황을 감안해 아시아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 견제'를 시도하고 있고, 롬니는 '강력한 미국'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의 힘에 바탕을 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