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뉴타운과 대비되는 개념의 이른바 ‘올드타운(old town)’ 11곳을 지정한다. 올드타운의 정식 명칭은 ‘주거환경관리사업 구역’으로, 노후건물을 전면 철거하는 개발 방식 대신 기존 주택들을 보존하면서 리모델링(개·보수)하는 방식으로 재개발하는 ‘보존형 정비구역’을 말한다. 이 같은 ‘부분개량 정비사업구역’이 점차 늘어날 경우 전면 철거를 통한 ‘신축 중심의 재개발 패러다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도봉동 등 11곳 ‘올드타운’ 선정

서울시는 2일 11곳의 주거환경관리사업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 가운데 대림동 1027 일대(4만여㎡), 도봉동 280 일대(4만3000㎡) 등 두 곳을 첫 사업지로 지정할 방침이다. 나머지 9개 지역은 응암동 30 일대, 시흥 3동 950 일대 등으로 11곳 전체 면적은 약 30만㎡에 이른다.

이들 지역은 지난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됨에 따라 정부가 기존 재개발, 재건축사업 외에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정비사업의 한 유형으로 포함시킨 이후 서울시가 처음 지정하는 곳이다.

이들 지역에는 주택 개량과 더불어 방범용CCTV 설치, 도로정비, 주차장 확보 등의 인프라 개선과 함께 다양한 공동체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도입될 예정이다. 예컨대 도봉동 일대는 인근 도봉산국립공원과 연계한 ‘관광·주거혼합형지구’ 기능을 갖추고, 중국 조선족 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대림동은 ‘다문화 거주지’로의 커뮤니티를 보완하는 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정안이 2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저층주택을 보존하면서 개·보수할 수 있는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주민 동의를 얻어 연내 11곳을 선정한 뒤 단계별로 대상지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도심 재개발 패러다임 바뀔 듯

기존의 뉴타운 사업이 주민 갈등과 사업 지연으로 표류하고 있는 반면 다양한 방식의 대안형 정비사업이 속속 가시화되면서 서울지역 노후지역 정비 방식이 한층 다양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는 주거환경관리사업 외에 △기존 골목길을 유지한 채 소규모 재개발하는 ‘가로(街路) 주택정비사업’ △리모델링 활성화 사업 △마을공동체 만들기 등 전면 철거 방식을 제외한 보존방식 사업을 묶어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으로 분류해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 때도 주거환경관리사업과 비슷한 ‘휴먼타운’ 8곳을 지정, 뉴타운식 개발을 지양하는 쪽으로 주택정책을 전개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의 재개발 방식이 사업성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전체 주민들의 자발적 의사보다는 일부 투자자들과 시공사 입김에 휘둘린 측면이 강했다”며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은 개발 중심의 뉴타운과 달리 실제 거주하는 주민이 계속 거주하면서 어떻게 마을을 가꿔 나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 ‘전면철거·신축 중심’의 재개발을 벗어나 주거환경의 골격과 도시 역사를 보존하면서 부분적으로 개량하는 ‘올드타운’식 도시 재정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발수익을 목적으로 한 전면 철거 방식 재개발이 아니라도 고유의 형태를 보존할 때 오히려 도시경쟁력이 높아지고 부동산 가치가 증대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