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테니 기대해 주세요.”

지난달 4일, 기아자동차 K9 출시 행사장에서 만난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37)은 표정이 밝았다. 부친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아래 사진)이 경영 실패에 책임지고 물러난 지 2년 만에 금호타이어 개인 최대주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그동안 워크아웃 상태여서 경영 활동에 제약이 많았는데 이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됐다”며 “내년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공격 경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의 예고대로 오는 21일 금호타이어가 부활을 위한 신호탄을 올린다.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개최하는 타이어 제품 설명회를 통해서다. 박 부사장은 이번 행사로 오너 체제 복귀를 알리고 본격적인 재기의 발판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제품 설명회에 격납고, 살수차 동원

박 부사장은 에코윙S, 엑스타 4X 등 최근 1년간 출시한 제품을 발표하는 행사에 참석한다. 올초 영업본부 전무에서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처음 마련하는 대외 행사다.

김창규 사장과 주요 임원, 대리점주도 참석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영업총괄 임원으로서 첫 번째 내놓는 야심작”이라며 “업계 최초로 보안이 엄격한 격납고에서 열리는 행사로 다양한 퍼포먼스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아시아나항공과 협의해 항공기를 전시한 격납고에 무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중형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타이어를 장착한 후 활주로를 주행하는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다.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력을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살수차까지 동원한다. 친환경 타이어와 일반 타이어를 장착해 회전 저항을 비교, 연비 절감 효과를 보여주는 시연회도 펼친다.

주경태 금호타이어 상무는 “이번 설명회에서 제품 성능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줄 것”이라며 “올해 영업과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해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3세 승계 구도

박삼구-세창 부자(父子)는 지난달 1130억원 규모의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 오너 경영 체제의 부활을 알렸다. 박 회장과 아들,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을 합한 금호타이어 지분은 10.0%. 하지만 최대주주인 채권단이 약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실적 개선을 통해 워크아웃에서 졸업해야 자유롭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건설, 항공산업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금호타이어는 견고한 실적 성장을 거뒀다”며 “금호타이어로 3세 경영 승계 구도를 확립하는 동시에 그룹의 재기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올 들어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1분기 영업이익은 84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1% 증가했고 매출은 1조553억원으로 9.3%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86억원으로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상승세다. 금호타이어의 국내 교체용 타이어 시장 점유율은 워크아웃에 돌입한 2009년 25%까지 떨어졌지만 2010년 28%, 지난해 30% 수준으로 올라섰다.

◆친환경 타이어로 승부수

금호타이어는 친환경, 고성능 타이어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부터 타이어 회전 저항, 제동력 등 성능을 표시한 스티커를 부착해야 하는 ‘라벨링 제도’ 도입을 앞두고 연구·개발을 강화했다.

그 결과 최근 크라이슬러의 닷지 다트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했고 하반기 BMW 3시리즈에 구멍이 나도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를 공급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GM, 포드 등에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4월에는 국내 타이어업계 최초로 유럽연합(EU) 최고 등급인 AA등급 ‘에코윙 ES-1’을 개발했다. 금호타이어는 하반기 유럽 전역에 이 제품을 판매하고 별도의 친환경 타이어 브랜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공장 확장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베트남 2기 공장 증설에 1300만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 6680만달러를 추가 투입한다. 현재 330만본인 생산능력을 2013년 최대 578만본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