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개별 기업의 근로복지 수준을 측정하는 새 지표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구직자가 직장 선택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부는 지난달 동국대 산학협력단에 개별 기업들 간의 근로복지 격차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근로복지 지표를 본격 개발하기에 앞서 사전 조사작업을 한다는 차원이다. 고용부가 만드는 지표는 월급과 연봉 등 임금 외에 기업의 다른 복지수준을 업종 간, 기업 간 직접 비교할 수 있게해 준다. 한국형 기업복지 지수다.

이 연구용역을 맡은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현장 근로자가 어떤 복지를 원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하는 단계”라며 “연구용역의 최종 결과는 10월이 지나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동국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2차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며 “2014년에 지표개발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제3차 근로복지증진 기본계획(2012~2016)’에서 이 지표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처음 밝혔다.

이 지표에 대한 구직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서울 화곡동의 구직자 A씨(24)는 “기업이 채용공고에 복지수준을 일일이 글로 꼼꼼히 적어놓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입사한 뒤 다른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 금방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믿을 만한 복지 지표를 만든다면 대부분의 구직자가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고덕동의 구직자 B씨(28)도 “복지여건 등 구체적인 근무 환경에 대해 미리 알게 되면 마냥 대기업, 유명기업만 좋아하기보다 더 꼼꼼하게 직장을 고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진 씨(20·한양대 신문방송학과2)는 “직장을 고를 때 단순 임금수준보다 복지를 먼저 생각하는 취업희망자도 상당수”라며 “신중하게 참고할 만한 거리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일자리라는 걸 지표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며 “중소기업 구인난과 구직난이 병렬하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상현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지표를 통해 개별기업 간의 상대적인 비교는 가능하겠지만 절대지표로 활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고용문제 전문가는 “4대 보험을 운영하는지, 휴가는 제대로 주는지,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는지 등 뻔한 것들만 지표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있을 것은 다 있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도 “지금도 중소기업은 임금이 낮기 때문에 구직자들이 꺼려하는 데 미흡한 복지수준을 지표로 모두 공개한다면 그런 상황을 심화시키지 않겠나”며 “개별기업 고유의 영역을 다 공개하는 게 바람직한 건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