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두 가지 변화가 화제다.

우선 정치다. 그동안 중국 좌파의 대표주자로 중앙무대 진입이 유력시됐던 보시라이가 좌절하자 중국의 정책 노선 변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 로켓발사 이후 중국이 국제사회의 북한 비난에 소극적이나마 동참한 것을 성급하게 중국의 변신으로 보기도 한다. 또 하나는 경제다.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8.1%로 다소 낮게 나타난 가운데, 4월16일부터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을 최대 2%까지 확대하고, 원저우(溫州)에서 실험적이나마 사(私)금융과 민간 해외투자를 허용함으로써 시장 친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얼핏 보면 중국 좌파 몰락과 경제정책 변화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일 것 같지만 현실은 낙관하기 어렵다.

보시라이 몰락이 중국 경제정책의 본격적 ‘우회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관(官)주도형 경제에서 이권과 독점체제의 수혜자였던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개인비리로 얼룩진 정치 야심가 보시라이의 도전을 좌절시키는 데 단합했을 뿐이다. 단지 보시라이 일가를 둘러싼 복마전 같은 이권 거래가 노출됨으로써 중국시장 진입 전략으로서 ‘관시(關係)’의 중요성이 줄어들 것이다. 중국 좌파 지식인들은 스스로 ‘피해자’로 인식하고 이번 사건을 좌와 우의 노선투쟁으로 각색하지만, 베이징 지도부는 보시라이를 둘러싼 막장드라마식 비리를 슬그머니 흘려 개인 도덕성 파탄으로 몰아간다. 부패의 상징 보시라이의 숙청을 이용해 정치적 불만을 잠재운 베이징 권력층은 관료 자본주의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정권을 인수인계할 것이다. 일단 중국의 정치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한국경제에 긍정적이다.

한편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감싸왔던 중국이 이번에 북한과 거리를 둔 것은 북·중 국경으로부터 50㎞밖에 떨어지지 않은 동창리에서 발사한 로켓이 중국에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우려에서다. 한국 외교의 승리로 보기는 무리다. 또 세계금융위기 직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반기를 들었던 중국은 다시금 아시아 복귀를 꿈꾸는 미국의 힘과 적당한 협력 필요성을 절감했다. 중국 국익에서 출발한 한반도 현상유지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4월23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김영일과 후진타오는 보라는 듯 북·중 동맹 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 ‘통중봉북’론은 시기상조다. 중국의 행보는 아직 한국경제의 북한 리스크를 덜어줄 만큼 우호적이지 않다.

경제정책으로서 위안화 환율 변동 폭 확대와 원저우 금융 실험은 분명 긍정적인 조치다. 위안화 가치 상승을 기대한 투기자본의 중국 유입이 완화될 수 있고, 위안화 국제화에도 한 걸음 다가갔다. 그렇다고 한국경제가 반길 수만은 없다. 중국 자본의 한국 유입에 따른 우리 금융시장 교란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3월 말 현재 한국에 들어온 15조원 이상의 차이나머니는 한국 채권시장에서 이미 미국과 룩셈부르크에 이어 3위의 큰 손이다. 중국의 마음먹기에 따라 한국 시중 금리와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 국가 주도의 중국 금융시스템이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원저우의 사금융 실험은 아직 갈길이 멀고, 본격적 시장화도 아니다. 어정쩡한 규제 완화는 오히려 한국과 중국을 드나드는 국제 핫머니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비가 필요하다.

중국의 권력투쟁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이나 북한 관리 방식 변화 및 경제자유화에 대한 주관적 낙관은 둘 다 사실과 거리가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따라 유·무형의 보호정책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한국과의 FTA협상에서 전략우위 확보를 위해 더욱 그러하다. 보시라이 처리과정에서 원자바오를 중심으로 정치개혁 목소리가 커졌으나, 아직 연못에 돌 던지기다. 중국정치의 역사적 관성이란 그리 쉽게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정치 경제적 변신에 대한 견강부회보다는 눈앞의 중국리스크 관리와 기회 포착에 신경 쓸 때다.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교수 syo@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