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인 ‘아시아 광역 FTA’ 협상에 일본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국 시장을 선점하고, 미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에서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일본 경제산업상은 28일 도쿄에서 열린 아세안 10개국 경제장관회의에 참석, “연내 아시아 광역 FTA 교섭 개시를 목표로 아세안 10개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세안은 역내 10개국에다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6개국을 하나로 묶는 ‘아시아 광역 FTA’를 추진 중이다. 아세안이 참가를 요청한 6개 비(非)아세안 국가 가운데 공식적으로 교섭 의향을 밝힌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아세안은 다음달 중 ‘아세안+6개국’ 정부 고위 당국자 회의를 열고, 8월에는 장관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11월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FTA 협상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룬다는 목표다.

일본이 광역 FTA 참여 의사를 서둘러 발표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우선 아세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일본은 아세안과의 무역 규모가 향후 10년간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FTA에 비해 가입 조건이 느슨하다는 것도 일본이 아시아 광역 FTA에 뛰어든 배경이다. 아세안은 관세 철폐와 관련해 상당 부분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농업 부문을 지켜내야 하는 일본으로서는 FTA 가입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중국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미국과 추진 중인 TPP 사전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미국이 계속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울 경우 중국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광역 FTA’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는 경고장 성격이 강하다.

한편 한국 정부는 아세안 주도의 FTA 협상에 굳이 서둘러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한국과 아세안 간에는 FTA가 체결돼 있어 ‘광역 FTA’보다는 한·중·일 FTA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