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체 내걸어..약 1시간 뒤 경찰에 의해 철거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맞은편 건물에 1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1시간 이상 내걸렸다 철거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강을 사이에 두고 크렘린궁과 마주 보고 있는 '소피이스카야 강변 거리'의 사무실 건물 지붕 위에 이날 정오 무렵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노란색 바탕의 플래카드에는 검은 글씨로 '푸틴은 물러가라'는 구호와 함께 푸틴의 얼굴 위에 X자를 표시한 그림도 함께 그려져 있었다.

플래카드는 푸틴 총리에 반대하는 야권 단체 '솔리다르노스티(연대)' 회원들이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 지도부의 한 명인 일리야 야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이브저널(Live Journal)'에 올린 글에서 "나와 다른 4명의 동지들이 비상용 계단을 이용해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 15분 만에 플래카드를 내거는 데 성공했다"며 "이후 현장에서 무사히 벗어났다"고 밝혔다.

야쉰은 푸틴 총리가 있는 정부 청사가 아닌 대통령이 집무하는 크렘린궁 맞은편에 플래카드를 내건 이유에 대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푸틴이 크렘린궁의 주인"이라며 "바로 그가 경쟁을 말살시킨 정치시스템을 만든 설계자이며 사상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쉰은 이날 플래카드 시위가 오는 4일 모스크바에서 열릴 야권의 반정부 시위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사전에 치밀한 연습을 한 끝에 플래카드를 내걸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플래카드가 내걸린 지 1시간 이상이 지난 뒤에야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 선전물을 철거했다.

경찰은 이후 불법으로 플래카드를 내건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플래카드 시위 소식은 현장 사진과 함께 네티즌들 사이에 빠르게 번지고 있다.

러시아 야권은 오는 4일 낮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를 따라 대규모 가두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행진은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부정 선거 항의 시위의 일환으로 5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야권은 지난해 치러진 총선 결과 무효화와 조기 총선 실시, 최근 대선 후보 등록이 좌절된 야당 지도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의 대선 출마 허용, 정치 제도 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푸틴 총리는 이날 3월 대선을 감시할 참관인단과의 면담에서 대선 2차 투표까지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2차 투표는 정치 상황의 불안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만일 필요하다면 2차 투표까지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 득표자가 2차 결선 투표를 치르게 돼 있다.

푸틴은 또 대선에서 승리하면 자유주의 성향의 야권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등용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