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월드 터 8만㎡ 헐값 매각..잔여부지도 '무용지물' 상태

경기도 성남시가 수도권 남부의 랜드마크 요지가 될 수 있는 분당신도시 땅을 고용노동부에 헐값 매각한 것으로 확인돼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더구나 매각한 부분이 전체 토지의 한가운데 자리한데다 불공정 협약으로 나머지 부지도 용도를 제한하는 바람에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로 전락했다.

◇공시지가보다 싼 시세 6분의 1에 매각 = 15일 성남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2006년 12월 분당구 정자동 4의 6 일원 시유지 8만㎡를 고용노동부(당시 노동부)에 매각했다.

시유지 매각은 고용부 잡월드(Job Worldㆍ직업체험관) 사업에 응모해 건립부지로 선정된데 따른 것이다.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와 정자동 주상복합단지, 판교신도시와 인접한 분당의 금싸라기 땅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8만㎡ 매각금액은 473억2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3.3㎡(1평)당 195만원꼴이다.

2006년 당시 이 땅의 공시지가가 3.3㎡당 207만원, 모두 503억2천만원이었던 것으로 고려하면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한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땅은 판교 등 주변 개발로 땅값이 급상승해 지난해 11월 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이 땅의 추정 시세(공시지가의 1.5배)는 3천72억원(3.3㎡당 공시지가 844만원ⅹ1.5)이었다.

3천억원짜리 금싸라기 땅을 6분의 1 가격에 중앙정부에 넘긴 셈이다.

감정평가액은 노동부와 성남시가 각각 추천한 2개 감정평가법인 산정 금액의 평균치로 결정됐다.

성남시 한 공무원은 "공모 사업에 선정되려고 부지를 공시지가보다 싸게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불공정 협약..잔여부지도 사실상 '헌납' = 잡월드 부지는 유원지 용도(일부 잡종지)로 한 덩어리로 이뤄진 4개 필지 16만2천489㎡ 가운데 1개 필지로 전체 땅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매각하지 않은 땅 3개 필지 8만2천489㎡는 잡월드 부지 양쪽에 날개처럼 걸쳐 있다.

잡월드가 중심부에 들어서면서 반 토막 나 시세 1천223억원으로 추산되는 잔여토지는 사실상 활용가치를 상실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07년 1월 성남시가 고용부와 체결한 '종합직업체험관 설립사업을 위한 업무협약' 내용이다.

협약에 따르면 시는 잡월드 매각부지와 인접한 정자동 4 일원 시유지(6만7천220㎡)를 고용부 동의 없이 매각ㆍ임대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

게다가 조경ㆍ쉼터ㆍ주차장 등을 조성해 체험관 시설로 제공해야 한다.

8만㎡를 헐값에 넘겨주고도 인접한 시유지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시 예산(50억원 추산)을 추가로 들여 부대시설까지 조성해줘야 할 상황이다.

시는 그동안 잔여부지를 활용하려고 TF를 꾸려 호텔, 유스호스텔, 자동차박물관 유치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기업체와 접촉했으나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경주타워를 벤치마킹해 전망대를 설치하기로 하고 용역까지 추진하다가 주거지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제기된다는 시의회 지적에 따라 중단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협약을 근거로 잡월드 주변 땅에 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해달라고 시를 압박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사업제안 공모방식으로 잡월드 잔여부지를 처리할 예정"이라며 "유원지에 들어올 수 있는 시설을 유치하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용도로 변경해 매각해야 시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용 시의원은 "이미 헐값 매각한 땅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잔여부지만큼은 불공정 협약 내용을 바꾸든가, 고용부가 필요하면 정당한 가격에 매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협약의 불공정성이 문제가 되자 최근 모든 협약을 체결할 때 내부 판단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 변호사 자문을 받도록 업무지침을 내렸다.

◇잡월드 지역경제 효과 '글쎄' = 잡월드는 고용노동부가 2천7억원을 들여 건립 중인 건축연면적 3만8천㎡의 종합직업체험관이다.

주요시설로 직업세계관, 진로설계관, 청소년체험관, 어린이체험관이 들어서며 내년 3월 완공 목표로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시는 2008년 착공 당시 "하루 최대 7천명, 연간 170만명이 찾을 것"이라며 "잡월드를 체류형 관광 거점시설로 활용해 주변에 관광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성남시에서 잡월드를 숙박 관광객이 찾는 효자시설이라고 기대하는 공무원은 없다.

고용부가 지난 9월 공고한 직원 채용 공고문 어디에도 지역민 할당이나 우대 문구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각에서는 잡월드 건립 사업에 대해 "연봉 2천만원짜리 일자리 1만개를 만들 돈으로 경제성 없는 초호화 건물을 짓는다"는 비판까지 나와 성남시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성남시 한 공무원은 "금싸라기 같은 땅을 거저 내주고 그것도 모자라 주변 땅까지 무용지물로 만든 어처구니 없는 오판 행정"이라고 말했다.

한 시의원은 "시민의 재산을 이렇게 관리하니 최근 재정 확충 차원에서 정자동 공공청사 부지를 용도 변경해 비싸게 매각한다고 해도 시민이 믿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