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와 탬파베이 레이스 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한 꼬마가 시구자로 나섰다.

지난 7월 이곳에서 텍사스의 외야수 조시 해밀턴이 던져주던 파울볼을 잡으려다 6m 높이의 난간에서 떨어져 추락사한 소방관 섀넌 스턴의 아들 쿠퍼 스턴(6)이었다.

아버지가 바닥에 떨어져 죽는 비극을 눈앞에서 지켜봤던 아들은 석 달 만에 다시 찾은 야구장에서 이날은 양팀 선수들처럼 경기의 주인공으로 마운드에 섰다.

왼손에 글러브를 끼고 텍사스 모자와 유니폼을 입고 쿠퍼 스턴은 엄마 제니와 놀란 라이언 텍사스 구단 사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선수 해밀턴에게 멋지게 공을 뿌렸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5만여 팬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자신이 던져 준 공 때문에 비극이 벌어진 탓에 해밀턴은 한동안 큰 충격에 빠졌다.

희생자의 아내와 아들을 차례로 껴안고 슬픔을 함께 나눈 해밀턴은 제니 스턴에게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으며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를 쿠퍼에서 꼭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추도했다.

남편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현장에 두 번 다시 발걸음을 돌리고 싶지 않았지만 제니는 "아들에게 일생에 한 번 남을 경험을 안겨주고자 알링턴 볼파크를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헌신적이었던 소방관 섀년이 비명횡사하면서 야구장 안전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선수들이 팬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공을 마구 던져주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가열됐다.

큰 책임을 느낀 텍사스 구단은 사고가 난 뒤 섀년을 기리고 팬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섀년과 쿠퍼 부자의 흉상을 제작해 지정석 입장문 쪽에 설치하기로 했다.

라이언 텍사스 구단 사장은 15만달러에 달하는 추모 기금을 마련했고 졸지에 가장을 잃은 섀년 가족에게 수시로 전화를 해 안부를 물어보는 등 계속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