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원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 사실상 `재수사'에 착수했으나 관련 의혹을 파헤쳐 새로운 혐의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30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수사관 5명을 포함해 광주경찰청 성폭력 범죄 전담 수사관 10명으로 꾸려진 특별수사팀은 일단 수사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우선 수사팀은 법원이 보유한 수사ㆍ재판 기록을 확보해 범죄 사실을 다시 검토해 의혹을 살 만한 부분이 없는지 살필 예정이다.

특히 수사 과정에 허점은 없었는지,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들에 대한 진술 조사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부분은 없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사팀은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 1명을 합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범죄 행위가 일어난 지 최대 10년, 사건이 종결된 지 6년이 지난 상황에서 관련자들의 기억에 의존해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 새로운 범죄 사실을 들었다 하더라도 법정에서 증거 능력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데다 공소 시효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형량에 따라 공소 시효가 달라지지는데 장애인 성폭행은 7년이 적용되며 이 경우 2000~2003년 범죄는 처벌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피해 학생들을 상대로 재조사를 할 경우 그들에게 또 한 번의 정신적 고통을 안길 수 있기 때문에 경찰로서도 조사 대상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해 온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도 이번 수사가 학교에 남아있는 재학생과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피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특별수사팀까지 꾸린 경찰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면 여론에 편승한, 의욕만 앞세운 '전시성' 수사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관련자들의 양심선언은 물론이고 진정 또는 제보가 없다면 구체적 물증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는 성폭력 수사보다 인화학교 내부 비리나, 관할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소홀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전날 감사에 들어간 시 교육청 감사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참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교육과정과 회계, 인사비리 등 각종 문제점이 나오면, 관련법률 등을 검토해 이 학교에 대한 위탁교육 기관을 취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선제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만큼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은 지난 2000년부터 5년간 이 학교 6명의 교직원이 청각장애 학생 9명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사건으로 가해자 4명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났고 일부 관련자들이 복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