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보다 자살에 관한 뉴스가 더 많이 쏟아지는 느낌입니다. 유명인들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저런 사회 지도층도 죽는데 나 같은 보통 사람의 목숨쯤이야 하며 가볍게 생각하는 거죠."

조수빈 KBS 9시뉴스 앵커(30)가 한국경제신문의 자살예방캠페인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한국'에 동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란 오명을 씻어내고 살기 편한 나라를 건설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고(故) 박용하 이은주 최진실 씨 등 자살한 유명인사들의 공통점은 너무 열심히 살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삶의 목표만 맹목적으로 따라가다보면 성취하는 순간 맥이 풀려버려요. 정상에 오르는 동안 꽃도,나비도 봐야 하는데 그걸 즐기지 못하는 문화가 문제죠.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늘 시달리면서 앞으로 뭘 할지만 생각하다가 정작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

그는 "저성장시대를 맞아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도 어려워졌고,그만큼 좌절도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삶이 더 고달팠지만 자살은 덜 했다는 것이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끌어내리고 폄하하는 데 익숙해요. 성공한 여성들에게는 더 그렇죠.악플을 접하면 마치 칼로 자해하는 느낌이라고들 해요. 박용하 씨가 죽기 전 트위터에 '남의 얘기를 너무 쉽게 한다'고 적은 글을 곰곰이 새겨봐야 합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10대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용기 있게 고백했잖아요. 한국에서였더라면 스캔들로 비쳐져 방송 출연이 어려워졌을 거예요. "

그는 앞으로 남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김장훈 씨처럼 많은 돈은 아니지만 적은 금액이나마 기부해왔습니다. 앞으로 '나영이'처럼 극한 상황에 노출됐던 아이들에게 멘토링을 하면서 희망의 길잡이가 되고 싶어요. "

그는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인 앵커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저는 지적이고 냉철한,전통적인 앵커가 아니라 뉴스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친근한 앵커로 다가서고 싶습니다. "

여성 앵커는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했다. 성차별이 적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화려한 겉모습만 봐서는 안 됩니다. 이 자리에 서려면 음지에서 오랫동안 내공을 쌓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뉴스 앵커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대를 온전히 바쳤어요. 연애도 미뤘으니까요. "

앵커가 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예상보다 빨리 앵커가 되니까 두렵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했어요. 좋은 대학만 가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욕심은 끝이 없으니까요. 목표를 이룬다고 행복이 따라오는 게 아니더군요. 매일 열심히 사는 게 저를 채운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때로는 철학 서적을 읽으며 내면을 바라보고 싶어집니다. 이것이 자살을 예방하는 길이 아닐까요.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